제민스토리 / 홍관수 시각장애인 가수

안마사 활동 틈틈이 공연
2014년 정규1집 앨범 발매
"무대서 아픈 마음 치유"

조명이 켜지고 한 남자가 무대에 들어선다. 어깨에는 기타를 매고, 손에는 하모니카를 들었다. 그의 눈으로 본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추웠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만큼은 늘 따뜻했다.

30여년의 세월을 음악과 함께한 홍관수 시각장애인 가수(45)는 '세상에 물들지 않는 참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오늘도 무대에 선다. 

홍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점차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고학년 때 완전히 시력을 잃고 어머니가 다니던 절에 들어가 생활했다.   

절에서 생활할 동생이 혹시 적적하지는 않을까, 친형들은 막냇동생 손에 기타와 하모니카를 들려줬다. 그때부터 홍씨 곁에는 늘 '음악'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홍씨는 절을 찾은 사람들에게 코드를 물어보면서 기타를 배웠다. 라디오도 좋은 선생님이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몸이 좋아진 홍씨는 10여년의 절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특수학교인 영지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당시 학교에서 만난 교사는 홍씨의 좋은 스승이자, 친구가 됐다. 홍씨는 음악으로 공감대를 이뤘던 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같은 해 영화 '지슬' 감독으로 잘 알려진 오멸 감독이 주최했던 테러제이 행사 무대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너무 긴장해 덜덜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지만, 첫 무대 경험은 앞으로 좋은 가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홍씨는 영지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직업 재활을, 대학원에서는 상담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평생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아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두 전공을 선택했다.  

당시 홍씨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홍씨는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 '더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악착같이 노력했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며 "그런 생각이 자신을 더 옥좼고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너무 각박했던 때 우연히 법률 스님의 강연을 듣게 됐다. 홍씨가 자신에게 '조금은 너그러워도 되겠구나'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진 것도 그때부터다.   

그 후 안마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작사·작곡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가슴에 얹혀있던 응어리가 씻기듯 내려갔다. 음악은 홍씨의 아픈 마음을 치유했다. 

2014년에는 정규 1집 앨범 '세상에 물들지 않는 참 나를 찾아'를 냈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했던 많은 고민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홍씨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처럼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정말 힘들다"며 "세상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나를 찾아 앞으로도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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