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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사리, 곶자왈 용암숲 바닥 뒤덮은 양치식물의 대표기획/ 화산섬 용암의 땅, 곶자왈 탐사 1. 양치식물의 대표 가는쇠고사리
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입력 2018-08-26 (일) 17:46:23 | 승인 2018-08-26 (일) 17:52:29 | 최종수정 2018-09-09 (일) 18:02:13
가는쇠고사리.

용암숲, 들어가는 순간 으스스하다. 왜 그럴까. 흔히 보는 가파른 경사면이나 골짜기의 숲과는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때가 되면 낙엽이 지는 나무들, 토양은 부석부석한 산림토양이고 풀들은 거의 영락없이 꽃피는 식물들로 되어 있다.

용암숲은 다르다. 넓은 평지에 만들어져 있고 나무들은 거의 대부분 연중 푸른상록활엽수들이다. 땅바닥은 흙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바위나 돌무더기들로 되어 있다. 더욱 신기하게 만드는 것은 풀이 자랄만한 지표면엔 주로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충류가 지배했던 중생대 때 생물들이라서 그런지 사람에 따라 아주 신기롭게 느끼고 심지어 괴기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럼 양치식물이란 무엇일까. 많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 이제 숲속으로 들어가 보자.

곶자왈 용암숲에서 가장 흔히 눈에 띄는 양치식물은 단연 가는쇠고사리다. 곶자왈이라면 이 식물이 없는 곳은 없다. 한 두 개체씩 흩어져 자라는 게 아니라 군락을 이룬다. 곶자왈을 대표하는 양치식물이라 할 수 있다. 높이는 40~80 cm 정도, 수 제곱미터에서 수십 혹은 수백 제곱미터 정도의 넓이로 자란다.

이것은 이 식물이 지하경을 길게 벋으면서 중간 중간에서 잎을 내며 확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 종의 학명은 아라크니오데스 아리스타타(Arachniodes aristata)인데 속명 아라크니오데스는 '거미줄 같은'의 뜻을 가진다. 이 식물이 자라는 곳의 땅 속에는 거미줄모양으로 가늘고 긴 줄이 마치 그물처럼 되어 있다.

그러니 땅위에는 이 촘촘한 그물에서 나온 잎들이 땅 표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꽉 들어차게 된다. 아직까지 한 개체가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인 지 조사해 본 사람은 없으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할 것이다.

가는쇠고사리 군락.

가는쇠고사리는 거의 모든 곶자왈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흔하다. 아주 어두침침할 정도의 음지만 아니라면 잘 자란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이 종의 자생지 광도는 맑은 대낮 정도 밝기인 60000~80000럭스인 경우도 있었으나 300~4000럭스가 가장 많았다. 이것은 프로야구장 조명기준 광도가 내야는 2000럭스, 외야는 1000럭스 내외라는 점과 비교할 때 상당히 어두운 상태에서도 군락을 형성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도 이 종이 자라는 곳을 관찰해 보면 터를 잡는데 선호하는 조건은 있다. 종가시나무숲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이 식물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 종은 종가시나무와 매우 친한 것으로 보인다. 종가시나무 역시 거의 모든 곶자왈에 자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좀 건조한 곳에 자란다. 그러니 비교적 비가 적게 오는 서부의 곶자왈, 서광, 안덕, 화순, 청수, 저지, 애월 곶자왈에서 흔하다.

선흘곶자왈, 비자림, 성산곶자왈들에서도 자라고 있지만 숲 내에서 다소 건조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일지라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바로 빠져버리는 지형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호이호이용암류지대보다는 아아용암류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는쇠고사리는 곶자왈엔 이렇게 흔해도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남지방에 드물게 자라고 있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 외국으로는 네팔, 말레이시아, 인도, 일본, 필리핀을 포함하는 여러 섬들 그리고 호주 등 주로 아시아 대륙의 동부와 서태평양의 여러 섬에 분포한다. 식물지리학적으로 보면 제주도는 가는쇠고사리의 동북한계선이라할 수 있다.

가는쇠고사리와 혈연적으로 가까운 무리는 국내에 6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 다섯종이 제주도에 있다. 좀쇠고사리, 쇠고사리, 낫쇠고사리는 제주도에서만 자라고 있고, 일색고사리는 제주도와 울릉도에 자란다. 울릉도에 자라는 털비늘고사리를 포함해 모두가 주로 아열대와 열대에 분포한다.

양치식물이 자라는 곳

양치식물은 우리나라에 255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제주도에는 약 208종이 자란다. 우리나라 전체 양치식물의 8할 이상이 제주도에 있다. 그럼 곶자왈엔 얼마만한 종이 살고 있을까? 제주도 양치식물 종의 53%에 달하는 111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곶자왈을 '양치식물의 천국'이니 '양치식물의 보고'니 하는 말이 아주 엉뚱한 말은 아닌 셈이다.

곶자왈 용암숲의 양치식물 군락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과 아주 밀접했다. 예를 들면 주로 상록활엽수인 종가시나무들로만 되어 있는 숲에는 가는쇠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면적으로 볼 때 거의 90%을 넘게 차지하고 있었다. 종가시나무와 낙엽수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숲에는 족제비고사리와 나도히초미라는 양치식물이 60%나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합다리나무와 사람주나무 같은 낙엽수들로만 이루어진 숲에는 일색고사리가 60%을 차지했다.

자생지는 큰키나무들이 울창한 곳으로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바람이 잘 통하며, 물 빠짐이 좋고, 공중습도가 높게 유지되는 곳이었다. 광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60,000~80,000lux이지만 일반적으로 300~4,000lux 범위였다. 광도조건 역시 식생조건처럼 양치식물 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것이 흥미를 끈다.

 

 

김찬수 한라산 생태문화 연구소장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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