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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연약한 공유지를 지켜라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이광서
입력 2018-09-03 (월) 13:02:46 | 승인 2018-09-03 (월) 18:58:08 | 최종수정 2018-09-03 (월) 18:55:30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마을, 주인 없는 초지에 누군가 몰래 자신의 소를 풀어놓으면 모두 경쟁적으로 소를 풀어 결국 공유지를 황폐화시킨다는 것이다. 공유지를 지키자는 건설적인 주장은 묵살되기 쉽다. 대중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보다 그에 동조하고 휩쓸리는 일이 쉽기 마련이다. 그렇게 공유지의 비극은 예견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후미진 골목에 2대의 주차된 차 가운데 본넷만 열어둔 멀쩡한 차량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모습이었지만 앞 유리창이 깨진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됐다. 

타인들이 모여 함께 사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혼자이거나 가족, 혹은 부족 단위라면 외부의 적만 바라보면 되지만 부족 이상의 의사결정 단위가 형성되는 현대사회는 곳곳이 연약한 공유지가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가족과 타인의 사이에는 관리되지 않는 목초지가 흔하게 존재한다.

귀찮게 새로운 일을 만들지 말라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은 대개 공유지를 망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대중이 공유지를 인식하지 못하게 해 자신들만 독차지하려는 보수 기득권자들이나 자율성을 맹신하는 일부 진보 지식인이 그들이다. 밤낮 없는 파수꾼처럼 긴장을 놓치지 않아야 공유지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방치되거나 방심하면 유리창이 깨지고 유리창이 깨지면 타락이 가속화된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은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다.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숨겨놓은 공유지를 발견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공유지를 관리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다양하고 유연한 공공일자리가 있어야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우리 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다.

도시의 저층 주거지에 정부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매입임대주택' 사업으로 기존 생활권에 주거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과 신속하게 다양한 지역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점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계단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침을 뱉어놓으면 순식간에 쓰레기가 쌓이고 더 나아가 주변 골목까지 황폐화시키는 사례가 늘어, 결국 동네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님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동체 코디네이터를 양성해 파견하거나,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기초 지자체나 지역 활동가, 그리고 사회적경제 조직의 참여로 수요자의 요구를 주택 건설에 반영하고,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쳐 깨진 유리창 쏠림 현상을 다중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단지 사회 취약계층이 모여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례다. 

공유지를 다루는 역량이 우리 사회의 역량으로 직결된다. 아무리 바보라도 마을에 하나뿐인 우물에 독을 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새로운 일을 만들려면 험난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지만 연약한 공유지를 망치는 일은 언제라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유지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골목길과 도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과 패션, 온갖 뉴스, 모두 공유지다. 이제 우리는 세계의 지도자라는 관점으로 사회의 약한 고리인 공유지 문제를 다뤄야 한다. 물리적 주거 환경에서부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문제까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대중이 우르르 몰려가는 그 길을 따라다니는 것은 타락을 향하는 본능에 지배되는 길이다. 끊임없이 긴장해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내야 공동체의 적을 통제하여 함께 사는 환경을 지켜낼 수 있다.

이광서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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