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한국의 복지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기초공사가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에 와서 '비전2030'이란 설계도를 제시하며 시동이 결렸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선 갈팡질팡 땜질 공사에 급급했다. 복지는 축소든 확대든 기류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야단법석이 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문제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짧은 기간에 포용적 복지의 실현을 위한 법과 제도의 틀을 갖추었고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보장성강화와 치매 국가책임제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초, 지역사회 중심 복지구현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란 돌봄(Care)을 필요한 사람 누구나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로 설명된다.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 수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노인·장애인 등 돌봄 대상자는 지난해 87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에 달한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2026년엔 22.9%까지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시설·병원 중심의 케어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치료나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아님에도 가정에서 돌봄이 어렵기 때문에 병원과 시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입원'이 만연하다. 

또한 시설·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시설·병원으로, 시설에서 병원, 또 다른 병원을 돌고 도는 '회전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비의 증가는 매년 10%씩 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볼 때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본질은 두 가지이다. 인간적인 삶, 그리고 돈 문제이다. 먼저 커뮤니티케어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익숙하고 정든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케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불필요한 입원이나 요양시설 이용이 감소하면 비용효율이 높아지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돌봄 대상자와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부담은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면 마땅히 가야할 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로드맵은 '큰 그림'일 수밖에 없다. 지자체 상황은 각각 다르고 이를 모두 고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계획은 획일적이고 최저선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체적인 모형과 단위를 설정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커뮤니티케어의 세부 실행계획을 세우고 관리해 나가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인간이 가진 문제나 욕구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돌봄대상자의 경우 더 그러하다. 성공적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실시하려면 복지·보건·의료·간호·재활·주거 등 여러 측면에서의 욕구파악과 통합적 지원을 해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커뮤니티 케어는 날로 증가하는 장애인구와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가야할 길이고 중앙정부는 줄달음질 치고 있다.

돌봄 시스템을 새로 짜야하는데 새로운 정책을 실행하는 데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잘못을 바로 잡으며 갈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돌봄참여, 치료적 지역사회, 포용적 지역사회, 지지적 지역사회, 협력적 지역사회는 커뮤니티 케어의 전제조건이다. 도민의 공감대형성과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워밍업에 들어간 발 빠른 지자체들도 있다. 성공적 제주형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제주도정도 조속히 준비에 임해야 할 것이다. 뒷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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