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영장(靈長)동물임을 자처하는 인간도 '유한(有限)존재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생존'이란 있을 수 없고, 언젠가는 사멸(死滅)로 이어지게 된다. 태난 것이 죽음과 연계되는 이치(理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시체를 방치하는 동물'과 달리, 애석한 마음과 경건한 의식으로 '시신(屍身)을 처리'해왔으니, 여기에서 차별성은 시작된다.   

장례방법에는 독수리에게 먹이로 제공하는 조장(鳥葬), 바람에 날리는 풍장(風葬), 불로 태우는 화장(火葬), 바닷물에 잠기게 하는 수장(水葬), 땅에 묻히는 토장(土葬)으로 세분된다. 영역에서 다르더라도 '자연을 향한 시신의 되돌림'에서 공통점이 있다. 인간존재를 자연의 분자로 여기며, 모체를 향한 환원조치와도 관계된다. 이것이 인간사회에서 '강조해온 예법(禮法)'이며, 장례의식으로 구체화되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장례방법은 '고정불변의 상태'에 있지 않고 '시대상에 따라 달라져'왔다. 원시시대로 갈수록 '조장과 풍장이 탁월'하다. 낙후된 문명과 함께, 자연에 의존해온 사실과 관계된다. 하지만 조상숭배사상과 함께, 지기(地氣)에 의존하려는 풍수사상, 부활을 꿈꾸는 서구종교가 들어오면서 '원상그대로 유지'하려는 데서, 매장문화가 발달했다. 이것이 '매장(埋葬)묘를 압도'하게 만든 요인이다. 

오늘의 도시화, 산업화추세는 '한정적 토지에 가치'를 두면서, 장례문화까지 변화의 국면을 맞게 했다. 이런 흐름을 따라 문민정부시절 "호화(豪華)묘지는 효도인가, 자기과시인가"를 주제로, KBS가 주관하는 국민토론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고, 이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했다. 이때 '여론조사를 병행'했는데, 화장(火葬)이 압도하게 됐다. 당시 주제를 발표한 것이 필자이며 '장례문화를 전환시킨 주인공'이 됐다. 토지를 연구대상으로 삼으면서 '4반세기를 예견'해온 전공학문과도 관계된다. 

화장묘역은 현재 서울이 92%에 달함으로써 '선진화된 대도시권'이 주도(主導)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주도는 62%에 그치면서, 전국최하위에 머문다. 선진지역과의 격차(格差)와 더불어 '장례문화의 낙후(落後)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근본에서 중심무대로부터 떨어진 벽지(marginal land), 유배(流配)민들이 강조해온 결집력, 동족부락형성에 주력해온 관습(慣習)과도 관계된다. 

이것이 시대사조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낙후단계에 머물게 한 요인이었다. 토지제약이 큰 홍콩의 경우 '선상(船上)묘지를 등장'시키는 한편, 미국의 태평양연안지역은 '비행기를 이용한 골분(骨粉)살포'로 이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화장을 전제'하는데 있다. 그런 까닭에 이와 같은 세계추세를 외면하고 '글로벌(global)시대에 합류'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제주도의 당면과제를 직시'하며, 향후를 위한 지향점을 구상하게 됐다.

첫째는 분산된 묘지를 '한곳으로 집결'하는 일에 있다. 벌초와 제례(祭禮) 등 '합리적 관리'와 더불어, 현존세대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다. 둘째는 묘역이외의 '위토(位土)에 대한 합리적 이용'이다. 국토면적이 한정된 데다, 인구증가추세에서 '생자(生者)위주의 효율적 이용'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셋째는 종가(宗家)묘역에 대한 자산(資産)가치를 떠올리며, 문중을 위한 '공익차원의 가치와 활용'에도, 눈을 돌릴 때이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의 선진(先進)화를 강조'할 경우, 실천을 미루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뿐임으로 '자기모순에 빠져'들 가능성을 안게 됐다. 이런 점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사조'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한편, 선진화된 의식과 합당한 실천으로 '언행(言行)일치의 시범'을 보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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