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멀리 평양으로부터 제주까지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남·북 두 정상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오른 장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약속에 이르기까지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이뤄지는 듯 감격스러웠다.

한민족의 화합과 평화, 공동번영의 길은 성큼 다가왔고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역할 또한 중요해졌다. 그동안 제주는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중요한 장소로 활용되어 왔다. 세계사의 큰 획을 긋는 대 전환의 시기마다 한소·한일·한미 역사적 정상회담 개최지였다. 비타민C 외교라 불리는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도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추진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 상징지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시대로의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금부터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평화,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래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제주는 남·북한 교류협력사업으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해 왔다. 제주와 북한을 잇는 크루즈관광 라인 개설, 남·북한 교차관광, 한라산과 백두산의 생태환경 보존 공동협력사업, 제주포럼의 북측 대표단 참석, 에너지 평화협력사업 등 5+1 대북교류사업이 그것이다. 

과거 경제적 측면의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제안해왔다면 앞으로는 평화라는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열기 위한 내실있고 실천가능한 문화교류 사업을 발굴해야하며 가장 시급한 것이야말로 남·북한 지역어 조사연구가 아닐까 싶다. 

제주의 남·북교류 협력사업으로 남·북한 지역어 조사연구 교류사업부터 시작하자. 

몇 개월 전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이상규 경북대 국문과 교수의 인터뷰를 읽게 됐다. 애초 방언이 모여 표준어가 형성되기 때문에 남·북한 지역어 연구가 절실하며 지난 2006년 남북 첫 지역어 조사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단된 사실을 아쉬워했다. 남·북한 지역어 조사사업이 최우선 재개돼야 남·북한 간 언어의 이질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온 탓에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적 편차를 줄여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각 지역의 문화와 정신이 담긴 지역어의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정리 보존하기 위한 지역어 조사연구야말로 남·북한 동질성 회복의 시작일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 사회조차 지역, 세대, 성별 등에서 빚어지는 의사소통 갈등의 주요 원인이 언어적 편차인데,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온 남·북한이 통일시대를 맞이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로부터 오는 의사소통의 문제에서 시작될지 모를 일이다. 

언어는 곧 문화이다. 우리 제주어와 북한 함경도 방언은 한국어의 중세어휘가 많이 남아있어 언어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언어로부터 시작되며, 하나의 언어가 소멸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가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바탕으로 하나의 문화가 전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미 제주어는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될 만큼 위기 상황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있고, 분단으로 인해 점점 달라지고 있는 남·북한 지역어 연구조사 교류사업을 제주에서 먼저 제안하고 시작하자.  

평양시민을 향한 대통령의 연설문처럼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은 우리가 쓰는 말, 지역어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의 물결이 이어지도록 두 정상이 약속한 한반도 평화시대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두 정상이 손잡는 날 시작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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