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채기선씨가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한라산’작품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95년 6월 첫 개인전을 가진 후 6회째다. 채씨는 그동안 제주의 봄꽃과 부드러운 해안선과 모래언덕, 검푸른 현무암, 철썩이는 파도, 포구, 초가, 눌(낱가리), 오름 초원에서 묻어나는 제주의 체취 등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가 본 제주의 모습은 늘 그대로가 아니다. 그는 제주의 풍광이 계절에 따라, 빛에 따라, 대기중의 습도에 따라 섬세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회에 내건 주제는 ‘한라산’이다. 서귀포 돈내코, 애월읍 금성리, 천아오름, 정실 등지에서 본 한라산의 사계가 있다.

 거기에는 그가 산의 자태뿐만 아니라 영(靈)까지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다. 광대무변과 다정다감, 화려와 정숙, 입체와 평면, 높음과 낮음, 그리고 변덕, 심술과 푸근함까지 한라산의 사계를 다양한 표정으로 되살리면서도 그 형체가 조금씩 해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품작은 모두 20점. 100호 이상 300호 크기까지 모두가 대작들이다. 이 가운데 300호 크기의 작품의 모두 2점. 애월읍 금성리에서, 중문관광단지에서 본 한라산의 풍광을 담고 있다.

 금성리에서 본 한라산은 아직 흰 모자를 쓴 모습이나, 아랫녘의 제주 땅은 겨울의 흔적을 벗고 봄 채비가 한창이다.

 또 중문에서 본 한라산은 설산(雪山)이다. 그 속의 눈보라는 기다림과 외로움, 추위와의 싸움이다. 신비감이 더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구에겐가 부치고픈 그림엽서 같다.

 미술평론가 이영재씨는 “한라산 작업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사실주의적 요소보다는 오히려 시간의 흐름, 음양사상, 신화, 제주사람들의 관념이 혼합돼 투영된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라산 탐구, 그것은 달리 말한다면 제주의 정신, 더 나아가 제주의 정체성 탐구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온 그는 삼무동인, Group Human, 목우회, 신작전 회원과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개막=26일 오후 6시. 문의=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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