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인기작가의 명품드라마답게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낸 이 드라마의 울림은 연기자들의 열연과 명대사에만 있지 않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주목하는 명장면들은 절박했던 시기, 꼭 필요한 곳에서 발현됐던 조선판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리고 사상과 정견, 계급과 계층을 뛰어넘은 협치와 민초들간 나눔의 어우러짐이다.

드라마는 조선이 일본의 야욕 앞에 무너져가던 가장 절박한 시기에 사회지도층들의 매국행위에 맞서 그 조선을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선 민초들의 저항과 민초들의 나눔을 디테일하게 잘 묘사했다. *계급과 계층을 초월한 연대와 희생, 그리고 헌신은 비록 역사드라마지만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조선최대 명문가 고사홍은 의병활동으로 자식을 먼저 보내고 그 손녀마저 의병이 되는 길을 선택했지만 묵묵히 의병의 군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마지막엔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산화해 간다.

조선최대갑부의 후계자 김희성은 민초들을 옥죄어 축적한 부를 부끄러워하며 본인이 가진 재능기부(신문제작)와 헌신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다.

이 드라마의 나눔의 주인공은 결코 가진 자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빛나는 나눔의 주인공들은 선교사, 교사, 호텔사장, 도자기공, 포수, 간호사, 제빵사, 전당포주인, 노비 등 민초들이다.

이들은 요즘말로 말하면 재능기부, 현물기부, 금전기부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쏟아내며 조선을 일으켜 세우려 헌신한다.

또 이 드라마는 협치의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조선의 풍전등화 운명 앞에서 고종, 궁내부대신(이정무), 조선출신미국인(유진초이), 일본낭인(구동매), 도공(황은산), 역관(임관수), 포수(장승구), 호텔글로리사장(쿠도히나)은 계급과 계층, 사상과 정견을 넘어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반목도 하지만 결국은 의기투합하는 협치를 통해 쓰러져가는 조선에서도 공동체를 구현해낸다.

이렇듯 협치와 나눔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동체의 삶을 한결 따뜻하고 아름답게 이끌어준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해묵은 제도·관행들에 대한 개선,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고용안정 등 도민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마주하면서, 이를 보듬고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들은 도민들과 함께 뜨거운 가슴으로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원희룡지사가 지난 8일 제주양성평등위위원회 인사말 자리에서 "각 분야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 요구사항,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의견과 지혜를 취합하고 서로 논의된 단일한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 말에 주목한다.

또 제주도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 이루어진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에 대해서도 제주도민의 민주주의 역량을 진전시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다만 원희룡지사의 의욕이 넘치는 만큼 △ 블록체인 특구지정 △ 일자리 3만3000개 조성 △ 제주관광산업 재편 △ 예멘난민문제 △ 남북평화사업 등 원희룡지사와 우리 제주 앞에 놓인 굵직한 정책현안들이 놓여있다.

향후 이들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지역주민과 기업, 반대 여론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는 협치의 진전을 기대한다.

오랜 기간 노동운동의 경험과 노사정 협의체와 기구의 대표자로서, 또한 나눔 문화의 전도사로서, 제주특별자치도 사회협약위원으로, 지역을 누비며 때로는 주도적 위치에서 때로는 조언자로 참으로 많은 역할과 경험을 했다. 

내가 오랜 기간 제주 노사정과 제주사랑의 열매를 이끌며 얻은 교훈은 나눔은 곧 내게 주는 선물이고, 협치는 사회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제주도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제주도의 크기가 되고 그 제주의 커진 힘을 모든 도민이 함께 향유하는 아름다운 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공동체의 하나 됨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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