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편집부 차장

갈등(葛藤). 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일이나 사정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하는 모양을 의미한다.

공동선은 개인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으로, 공익성을 나타낸다.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원리다. 개인이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면 질서와 공동체의 연대의식은 무너진다. 반대로 공익만을 우선으로 한다면 집단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개인 존엄성을 침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제주도가 '갈등의 섬'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 예래주거형 휴양단지 건설, 투자개방형 병원 개원 허가 찬·반, 지방선거 등 정치 논리에 따른 진영갈등 등 굵직한 사안부터 개인 간 마찰까지 다양하다. 지난 14일 마무리된 20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도 갈등을 겪었다. 시민사회단체 등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인사들이 국제관함식 개최를 반대하면서 강정마을에는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지난 11년간 강정마을 공동체는 급속히 무너져갔고, 해군기지 찬반 논쟁으로 주민 갈등이 깊어지면서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보수 성향 인사나 일부 도민들은 제주도내 갈등 현안마다 시민사회단체가 나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다" "대안 없는 반대다" "개발하지 말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 등 비아냥도 나온다. 진보 성향 도민이나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은 "일방적인 사업추진이다" "제주의 청정 자연경관을 보존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통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개인이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면 공동체 연대의식은 무너지고, 공익만을 위한다면 개인 존엄성은 위협받는다. 목표나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내 생각이 맞다'는 인식을 하고 소통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나만 옳고, 나와 생각이나 이념, 신념이 다른 사람은 '적폐'라고 규정하는 것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제주가 더는 갈등의 섬이 아닌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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