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 부국장

34세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는 마라톤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지난 9월 16일 2018 독일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킵초게는 2시간 01분 39초의 기록으로 가장 처음 결승테이프를 끊으며 우승을 차지해 2014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34·케냐)가 세운 종전기록(2시간 02분 57초)을 1분 18초 앞당겼다. 세계신기록 2시간대 '마의 벽' 불가능할 것 같은 마라톤 풀코스 1시간대 돌파까지 단 100초를 남겨둔 셈이다. BBC에 따르면 이런 킵초게의 지구력은 타의추정을 불허하는 무척 힘든 레이스다. 42.195㎞를 2시간 01분 39초로 달리려면 시속 20.92㎞를 달려야 하는 기록으로 100m를 17초2의 속도로 쉬지 않고 420회를 달린 것과 같은 레이스다. 특히 육상경기장에서 뛴다면 400m 트랙을 68초8의 속도로 계속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스포츠생리학자들은 인간이 쉬지 않고 두 시간을 달린다고 가정한다면 100m를 16초63의 기록으로 주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속도를 마라톤 코스 완주 시간으로 환산하면 1시간 57분가량이 돼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킵초게는 원래 마라톤 선수가 아닌 5000m 장거리 선수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이어 29세인 2012년 뒤늦게 마라톤으로 전향한 뒤 첫 무대인 2013년 독일 함부르크마라톤에서 2시간 5분 30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 08분 44초의 기록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을 제패, 세계 마라톤계 최강자로 이름을 알렸다. 세계스타인 이런 킵초게는 실력 못지않게 인성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킵초게는 훈련 캠프의 화장실 청소와 물 긷기 당번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는 성실함으로 동료선수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올한해 한국 엘리트 체육을 총결산하는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전북 익산시를 주 개최지로 전북 14개 시·군 일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체전에 제주도선수단은 47개 종목(정식 46, 시범 1)에 선수 515명과 임원 181명 등 총 696명이 출전해 80개 이상의 메달을 목표로 했다. 지난 14일 전북 진안군 문예체육회관에서 펼쳐진  전국체전 역도경기장에 진한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여자 역도 일반부 -63㎏급에 출전한 33세의 노장 김수경(제주도청)이 그 주인공이다. 1985년생인 김수경은 이날 자신보다 10살가량 차이가 나는 젊은 후배 선수들과 당당히 겨뤄 용상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에 앞서 김수경은 이번 체전에서 자신의 통산기록을 50개 이상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01년 제주중앙여고 1학년 시절 충남에서 개최된 제82회 전국체전에서 여고부 대회신기록을 작성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수경은 올해 전국체전까지 17년간 참가해 금메달 4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개 등 총 49개 메달을 따냈다. 이제 통산 50개 메달까지는 단 1개가 남았다. 김수경은 지난해 충주전국체전에서 대기록 달성에 도전했지만 노메달에 그쳐 마음의 상처가 컸다. 또 국제역도연맹이 지난해 개정한 순위 결정 룰도 진기록 탄생의 발목을 잡았다. 김수경은 합계에서 동메달을 따낸 3위와 같은 216㎏을 기록했지만 순위 싸움에서 시기순에 뒤져 4위로 밀려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계체에서 상대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간 김수경은 예전 순위결정 방식이었다면 동메달은 그의 몫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김수경은 환하게 웃었다. 물집이 수없이 잡혀 딱딱해진 손바닥이 현재의 당당함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개인통산 50개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에서 내년에 꼭 목표를 이루겠다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도전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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