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운 청소년기자.

지난 7월, 교육계를 들썩였던 숙명여고 문제·정답 유출 의혹의 증거가 발견되면서 고등학교 내신 산출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가 시험에 관해 두 딸에게 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다"면서 "두 딸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또한 경찰은 A씨와 딸들의 휴대전화에서 A씨가 시험에 관한 정보를 딸들에게 전송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은 A씨 쌍둥이 딸의 성적이 급상승하며 불거졌다. 현재 2학년인 A씨 딸들의 성적은 지난해 1학기 각각 문·이과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2학기 2등과 5등에 이어 올해 1학기 전교 1등으로 올랐다. 더욱이 A씨는 교무부장으로 딸들이 속한 학년의 시험지와 정답지를 결재하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문제유출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A씨 딸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성적이 내신시험 성적에 견주어봤을 때 다소 부족한 점 또한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였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5일 국정감사에서 "문제유출을 의심할 정황이 있다"면서 "A씨 딸들의 모의평가 성적과 내신 성적 사이 큰 편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내신시험의 문제유출은 숙명여고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광주 한 고교에서는 학교 행정실장이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의 부탁을 받고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빼돌렸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지난해 11월 서울 한 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교 인근 학원 원장과 공모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가 적발되었다.

이처럼 내신시험의 문제유출이 반복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내신 시험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공교육 내에서 이뤄지는 평가와 그 평가를 토대로 이뤄지는 대학입시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교육부는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이 확산된 지난 7월 시험출제·관리 절차를 규정한 학업성적관리지침을 강화하고 시험지 인쇄실 등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교사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와 감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대다수이다. 따라서 교육부 내에서 공교육 내의 평가과정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할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주중앙여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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