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급변하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머리가 다 어지러운 지경이다.그래서인지 인정은 메말라만 가고 고향의 아름다운 풍속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그렇지만 이럴때일수록 여유와 너그러움,그리고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월간 조선 2000년 2월호는 국회를 배신자로 다루고 있다.그것도 국군을 배신했다는 것이다.4·3특별법을 제정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억울한 희생자가 있으면 위로해 주고,그로 인해 수십년간 고통을 당한 유족들이 있다면 그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그것이 설령 문제가 좀 있다손 치더라도 긍정적인 안목과 관대한 생각으로 보다 넓게 이해하여 주면 안되는 것인가.

더구나 국군을 배신했다고 하였다.누가 감히 대한민국 국군을 배신한단 말인가.내가 군인이었고 내 형과 동생이 군대를 갔다왔으며,아들과 조카들이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배신이라는 소리가 쉽게 나올 수 있는가.특히 국민의 대표로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우리 국군을 배신했다니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경직된 사고(思考)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최근 평화신문에서 매우 뜻깊은 기사를 읽었다.오는 4일만큼은 금육재(禁肉齋)를 관면(寬免)한다는 내용이다.금육재란 연중 모든 금요일에 육식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 천주교의 교회전례를 말한다.교인들이 가슴 죄이지 않고 아주 편히 설날을 맞이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한 것이다.교리를 엄격히 지켜야 할 신성한 종교에서도 이처럼 융통성과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자가 아닌 보통사람이 보기에도 정말로 흐뭇한 일이다.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한 여유로움이요,너그러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모든 일은 인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몸도 마음도 안정되도록 하여야 한다.아무리 기계화·전산화의 시대라고 하지만,그 어느 것도 사람이 만들고 조작(操作)하지 아니하는 것은 없다.

경쟁의 논리만을 내세워 자행되고 있는 무조건적인 퇴출과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가.한꺼번에 그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보내서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가.축소와 감축만이 능사는 아니다.순리대로 하여야 한다.

차제에 투쟁이라는 용어도 유순한 단어로 고치고,머리에 두르는 붉은 띠도 유연한 색으로 바꾸었으면 한다.강한 것이 먼저 부러지고,부드러운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을 이긴다고 하지 않는가.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바쁠수록 돌아서 가야 한다.한숨 돌리며 쉬기도 하고 지난 날을 회상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인심이 각박하고 주위가 삭막하다 보니 살벌한 느낌마저 드는 요즘이다.어쩌다 이러한 세태가 되었는지.혹자는 3·4공 시절 ‘하면 된다’며 마구 밀어붙였던 결과가 오늘날과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옳은 지적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걱저오디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여유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이 덕담의 화두가 되었으면 싶다.그리고 오래도록 우리들의 양속(良俗)으로 이어 갈수 있었으면 한다.<이용길·산업정보대 교수·행정학><<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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