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희 서귀포시 축산과

제주 속담에 '뒈 골령 주민 저승강 눈 빠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남의 눈을 속여 되를 곯게 주면 저승에서 자신의 눈알이 빠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됨을 말한다. 양식이 귀했던 우리 선조들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되를 정량대로 안 주고 속여 파는 사람은 그 죗값이 너무 커서 죽어서라도 반드시 무거운 벌을 받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처럼 제주의 옛 조상들은 인간의 부정직함과 탐욕을 경계하고 멀리할 것을 강조했다. 부패는 그에 마땅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첫 출근 후 임명장을 받아온 날, 아버지께서는 필자의 공무원증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엇보다도 청렴한 공직자가 되어라. 너의 영향력은 더 이상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필자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청렴'에 대한 인식이다. '청렴'이란 단어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졌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이 단어가 품고 있는 커다란 힘과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을 몸소 느끼고 있다. 주민을 대표하고 도민을 대표하는, 더 나아가 국민을 대표하는 공무원으로서 우리에게 청렴이라는 요소는 필수적이다. 이것은 우리 개인의 가치이자 국가 경쟁력의 기반인 것이다.

요즘 어린이집 회계 투명성에 관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보도들은 나로 하여금 청렴은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청렴은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되는 것일까.

아마 그것의 시작은 매우 사소할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를 다 하는 것, 민원인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 법과 규정을 잘 지키는 것과 같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변화는 우리의 공직생활에 있어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을 믿는다. 아울러 이러한 청렴의 의지가 우리 도민들 모두에게도 뻗어 나가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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