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단순하고 순수함을 상징하는 제주도에도 이제 마약(痲藥)사범이 발생했고 관련범죄는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경찰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6년에 28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5명으로 늘어났다. 연간증가율에서 23%를 보이고 있다. 어느 영화에 자유의 첫맛은 코카인에 있다라는 대사(臺辭)가 나온다. 현실적인 고달픔과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상태가 마약에 매혹되고 환상(幻想)에 빠져들면서 범죄로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

예전부터 세상을 고해(苦海)로 표현하며 고통의 바다로 여겨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마땅하건만 사람들은 이를 외면한 채로 안락과 탐욕(貪慾)만을 앞세워온 데서 새로운 역경(逆境)에 부딪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상이치를 터득한 성현들은 성내며 수치심을 모르는 뻔뻔함과 탐욕을 삼독(三毒)으로 규정해왔다. 적정수준(Optimum Level)을 넘지 않으면서 착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능성도 없는 헛된 생각에 빠져드는데서 문제를 키워가고 있다. 이것이 공상(空想)이며 허상(虛想)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떤 형식에도 규제받지 않은 자유자재한 모습이야말로 긍정적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음악분야는 환상(Fantasy)곡으로 표현하며 바흐와 쇼팽이 주도해왔다. 이같은 흐름은 건축분야에도 반영돼 왔는데 백조의 성(swan castle)이 대표적이다. 

위치자체가 알프스산줄기란 점에서 평지와 차별된다. 성(城)을 조성한 주인공은 루드비히 2세다. 그는 평지에서 살아온 전통귀족이었지만 선대(先代)로 이어온 혜택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험준한 산지를 선택해 17년의 노력으로 산성(山城)을 완성했다. 평지에서 경험하지 못한 환상적인 산세에 매료돼 생활무대로 활용하려는 욕망에 젖어온데 따른 것이다.  

백조(白鳥)의 성은 평지에 조성된 성(城)과는 달리 높이 솟은 첨탑(Pinnacle)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다 실내에는 바그너음악으로 장식하는 한편 오페라탄호이저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형상화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창립자는 그것마저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주위로부터 미치광이로 낙인찍힌 채 권좌(權座)에서 밀려나는 한편, 호수에 빠져죽는 불운(不運)을 겼었다. 

인간욕망은 지구를 삼켜도 만족할 줄 모른다고 할 정도로 한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조성이 갖는 환상적 외형(外形)의 경우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다. 그 결과 어린이놀이터를 위해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향해갔고 오늘날 우리나라에 파급된 놀이터의 유사문화형태도 여기에 기원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꿈을 키우는데 알맞은 시설로 여겨온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고해(苦海)로 여겨온 세상사를 외면한 채 환상만을 배양해갈 경우 어린이들도 꿈속의 주인공처럼 부적응(不適應)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사람들이 사는 주변을 향해서 도사린 것이 유사환경이기 때문이다. 고행(苦行)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현대교육에서는 귀한 어린이일수록 온실 밖으로 내보내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이것이 차가운 이성(理性)적 조치이건만 모성(母性)본능을 앞세워온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을 감싸는 데만 주력해왔고, 그런 결과는 아이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한 적응력마저 상실하게 됐다. 이런 환경에 젖어온 청소년들의 경우 감성(感性)에 우선하게 되고 마약마저 나쁜 것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됐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떠올릴 때다. 또한 올바른 생각을 앞세우며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마땅하게 됐다. 뒤를 이어 올바른 판단을 위한 정판(正判), 올바른 실천을 위한 정행(正行)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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