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봉윤 제주특별자치도 도시디자인담당 주무관

골프를 잘치기 위해서는 티샷을 멀리 날리는 것도 어렵지만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로 얼마만큼 홀컵에 붙이는가가 더 어렵고 실수를 많이 한다"고 주변의 골퍼들은 말한다. 그만큼 그린 주변의 장애물과 턱이 많아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지점에 쉽고 빠르게 도달하는 것, 이것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하찮은 바람이어도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꿈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일부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법적 의무사항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 Free)인증' 제도를 운영해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제주도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사회적 약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활성화가 요구되어지고 있다. 정상인들도 사회적 약자의 가족이며 동행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이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이다.

가능한 최대한의 사용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환경디자인이나 제품디자인 등 포괄적인 개념이며 제품이나 환경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쾌적한 생활을 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너무 목이 말라하는 나그네가 물을 마시다 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두레박에 버들잎을 띄워 준 아낙네의 마음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시작인 것이다.

도에서는 그 아낙네의 마음을 담은 제주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조성을 위해 지난 2014년도부터 조례 제개정, 기본계획 수립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제도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어 디자인 및 경관 심의시 총 대규모 개발사업 등 50곳에 대해 55건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유도하는 등 공공부문과 더불어 민간부분에도 조금씩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또 유니버설디자인 도민인식 개선을 위하여 시민공감마당, 세미나 운영,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실태조사, 도민교육 및 홍보 등 확산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시범사업, 저상버스에 적합한 버스정류소 정비 및 저상버스 확충, 관광약자 전용 리프트  버스 지원 등 관광지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 음향신호기 및 잔여시간 표시기를 적용한 교통시설 개선 등 여러 공공분야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사회 진입과 잠재적 장애인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도시기반시설 및 건축환경은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기에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행정 내부에서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도청내에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한 유니버설디자인 협의체계를 구성해 공공시설 및 공공공간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구역을 지정 및 환경개선사업 시행과 더불어 올해부터 시행해 온 시범사업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할까.

내가 나에게 사회적 약자라는 자기최면을 걸고 조금씩 조금씩 모두에게 보편적인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마음을 다잡아 본다. 미래의 노년이 된 나, 가족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지인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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