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제주농업 '내우외환' 심화

농산물을 수확 중인 제주 농민들의 마음이 어둡기만 하다. 지난달 감귤에 이어 이달말에는 당근, 다음달초부터는 양배추와 월동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지만 '내우외환'으로 상심이 깊다. 전국적으로 월동무는 100%, 감귤은 99.8%, 양파는 절반 이상을 제주산이 차지할 만큼 제주농업의 비중이 높지만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영농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농촌이 겪는 내부적인 어려움은 농업인구 감소에 따른 공동화와 인력난이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고령농들만 남은 제주 농촌은 후계 농업인 육성은 고사하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농업인구는 해마다 2만여명씩 감소하고 있을 만큼 공동화가 심각하다. 2010년 11만5439명이던 농업인구는 2015년 9만3404명으로 줄어들면서 처음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17년 역시 8만6463명으로 전년에 비해 2만8976명(25.1%)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뚜렷하다보니 농번기 때마다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농촌을 위협하는 외부 충격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대도시 도매시장에서 제주산 농산물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농가들이 고품질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FTA 물결을 타고 밀려드는 값싼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까지 급등하면서 농가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위기에 빠진 제주 농촌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대도시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산물 대부분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유통비용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만 해도 제주산 농산물 총 생산량 148만8008t 중 육지로 출하된 92만7406t의 94%(87만7000t)가 선박을 이용했다. 제주 농민들이 부담하는 해상운송비용만도 연간 740억원에 달할 정도다.

해상운송비 부담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커지면서 농민들은 10년 전부터 정부의 지원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2007년에는 정부에 한미FTA 농산물 피해 지원대책으로 해상 운송비 지원을 건의했지만 여태 감감이다.

제주 농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대통령들은 후보시절부터 대선 공약으로 해상물류비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를 "섬이 아니다"는 해괴한 논리와 함께 타지역과의 형평성을 들먹이며 국비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제주특별법에 섬지역인 제주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운송 지원 특례 근거까지 마련했지만 아직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비 지원을 공약한데다 올해는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까지 포함되면서 기대가 높았지만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형평성 논리에 막혀 내년 정부예산에서 또 제외됐다.

도·의회, 국회 절충 총력을

기재부의 반대로 제주농민들이 기댈 곳은 국회밖에 없다. 농민들은 남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 3명과 제주도·도의회의 총력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농산물 해상운송비 지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국정 신뢰'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해상운송비 국비 지원으로 유통비용이 감소하고 대도시로 출하되는 제주산 농산물 가격이 저렴해지면 제주 농가와 소비자가 이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해상운송비 부담으로 제주산 농산물이 값싼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점을 고려한 기재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제주도 역시 지역 국회의원과 긴밀히 협력해 기재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제주농업 발전을 책임진 제주도정이 기재부를 설득할 논리 개발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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