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전남출신 의원의 질의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토부와 상의 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주승용 의원도 지난 2014년에 이어 또다시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남출신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기하고 있는 해저터널에 대해 제주도민은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원희룡 도지사는 완곡하게, 강창일 의원은 단호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

이 해저터널은 호남선 고속철도(KTX)의 종착역 목포에서 제주까지 다리와 터널로 연결해 고속열차가 다니게 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전라남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의뢰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에서 해저터널의 노선은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화도(관탈)-제주 총연장 167㎞로, 목포에서 해남까지 지상철도 66㎞, 해남에서 보길도는 28㎞의 교량, 보길도에서 제주는 73㎞ 길이의 해저터널로 검토했다.

사업비는 당시 기준으로 17조~20조원, 사업기간은 1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해저터널 73㎞는 현존하는 터널보다 2~3배가 길어 세계 최장이다. 특히 해저구간 중 최대수심 160m인 관탈-제주 간은 높은 수압으로 공사나 운영 중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적 타당성은 비용대비편익(B/C)이 0.71~0.78로 기준치인 1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994년 개통한 영-불간 채널터널은 길이가 50㎞지만 해저구간은 38㎞이고, 일본의 세이칸터널(혼슈-홋카이도)은 54㎞구간 중 해저는 23㎞이다. 양쪽에 상당한 물량이 있음에도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투자비용도 어마어마하고, 효율성도 문제가 있다. 현재 서울-목포 간 고속철도 요금은 평균 일반실 5만2800원, 시간은 2시간30분이다. 제주까지 연장되어 추가되는 요금과 시간은 저비용 항공편의 항공요금과 시간 경쟁력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항공편은 이동시간이 짧고, 지점과 지점으로 직항하지만 단지 호남선의 탑승 수요로 수익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면의 한계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결국 경제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둘째, 섬으로서의 정체성 상실 우려다. 제주도는 그동안 섬이라는 독특하고 독자적인 풍습과 문화, 한정된 공간에서 경제 공동체를 이루어 왔다. 따라서 인구가 적어도 행정구역 상 도(道)를 유지해 왔다. 

도시개발에서 '빨대효과'라는 것이 있다. 대도시와 고속철 등으로 연결되는  인근 중소도시는 지방분산 효과보다 그 기능이 대도시에 빨려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고속철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도서지방에서 연륙교가 개통되면 섬의 특성이 사라진다. 우리도 육지와 지상교통이 연결돼 이동이 편리해지면 섬으로서의 정체성은 없어져 가고, 체류가 아닌 거쳐 가는 관광지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다.

전남권이 바라는 것은

전남권은 제주도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이 해저터널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우리를 걱정해서는 아닐 것 같고, 목표가 따로 있을 텐데 무엇일까. 아마도 제주도와 연결해 낙후된 서남지역에 관광 벨트를 형성하고, 제주의 체류관광객 일부를 나누자는 뜻일 수 있다. 더 나가서 섬의 특수성이 사라지면 인구 70만명의 지방 도시로 일제 강점기처럼 전남에 편입해 감소되는 인구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큰 꿈을 그릴 수도 있다.

우리의 시장은 한반도만을 바라볼 수 없다. 북한 특수 등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아시아로 지역을 넓혀야 한다. 2시간 비행거리에 500만명 이상의 국내·외 도시가 18개나 있고 조금만 더 가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동남아가 있다. 글로벌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고속철도가 아니라 공항을 확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백과 지역출신 국회의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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