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원희룡 도정이 제주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거나 번복하면서 도민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 지사가 여론을 의식해 도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원 지사는 일부 현안은 중앙 정치를 의식, 도민보다는 전국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도민과 괴리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투자개방형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고 병원신축과 의료진을 채용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병원 개원 허가 신청서를 접수받고 6차례나 허가 연기를 하다 지난 2월 공론조사를 수용했다. 결국 공론조사위는 지난 10월 4일 개설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출했다. 권고안이 제출된 지 45일을 넘기고 있으나 원 지사는 아직껏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역시 답보상태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7월 경관·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해 4월 제주도의회에 안건이 상정됐으나 자본검증에 발목이 잡혔다. 자본검증위는 지난해 12월 출범 후 지난 3월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한 후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자본검증위가 보완서류를 요청해 사업자측이 7·9월 관련 자료를 제출한데 이어 사업자가 직접 원 지사를 만나 사업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으나 제주도는 투자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제주 도두하수처리장은 지하화를 요구하는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가 사업을 번복하는 등 시간만 허비한 상황이다. 수년째 사업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던 도는 지난해 9월 29일 1·2단계로 구분한 현대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결국 18일만에 계획을 변경했다. 현대화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만인 지난달 15일에야 시설 지하화와 재정투자 방식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비 확보 방안은 미지수다.

상수도 문제도 미적대긴 마찬가지다. 2016년 기준 제주 상수도 누수율은 41.1%다. 전국 평균 10.6%의 4배 가량 높다. 상수도 유출로 인한 손실은 2012년 지난해까지 5년간 1319억원에 이른다. 유수율 제고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게 하는 사이 연간 263억원의 상수도가 땅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채 발행이라도 검토해야 한다.

행정체제 개편은 시간을 끌다 구체적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의회로 공을 넘긴 사례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해 6월 행정시장직선제와 4개 구역으로 재조정하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헌법 개정 움직임 등으로 보류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 이후 논의 재개 요구가 잇따르자 불쑥 기초의회 부활 얘기를 꺼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행개위 권고안을 전부 수용했으나 논란을 자초했다. 더욱이 주민투표와 행정시장직선제 도입 시기 등 제주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 대중교통 중앙 우선차로 11㎞ 연장, 시민복지타운내 행복주택 건립, 비자림로의 생태도로 추진 등에 대해서도 추진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 도정의 결단 미흡은 현재 제주도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정질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김희현 의원은 "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원 지사가) 결정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길호 의원은 "원 지사의 행보와 결단을 보면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행정가는 예측이 가능해야 도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경용 의원은 "성과를 내려면 일부 반대가 있어도 결정을 내리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원 지사와 제주도정은 도의원들의 문제제기를 도의원 개인의 인식만이 아니라 도민들의 여론이 반영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원 도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결국 손해는 도민들에게 돌아온다. 찬반 입장이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원 지사는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고 도민의 입장에서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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