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단원

18일 문예회관에서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 창작음악극 '해녀의 길'이 공연됐다. 제주 4·3의 위기가 고조되고 아픔을 노래한 3막에서 열연했던 단원들은 "진짜 무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적과 고요 속에 흐르는 침묵, 그들을 바라보는 저승사자도 떨렸던 것은 바로 정지된 침묵이었다. 

해녀의 삶과 애환, 4·3이야기를 어떤 말로 대변할 수 있을까. '해녀의 길' 창작음악극은 1막에서 5막까지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대서사시였다. 

해녀문화를 전혀 모르고 자랐던 안현순 작곡가에게 음악극을 쓰게 할 만큼 큰 영향을 준 것은 영화 '물숨' 이었다. 음악극 악보집을 받았을 때 놀라웠던 것은 해녀의 삶을 재창조한 스토리텔링 때문만이 아니었다. 음표와 박자, 리듬에 맞는 언어들을 작품 속에 끌어 모아 곡에 붙인 노랫말, 모든 것이 합창단의 마음을 '해녀의 길'에 몰입하게 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보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1막에서 순수한 아이들이 부르는 맑은 노래 속에도 작가의 의도를 훔쳐볼 수 있었다. 배가 앞으로 가려면 노를 뒤로 저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제주인의 삶을 뒤돌아보고 제주인의 고귀한 숨결인 땅의 울림도 들어야 한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한 것은 없다. 해녀의 길 공연은 단순히 해녀의 삶을 재현한 극이 아니다. 극의 이면에는 4·3을 바로 알고 위로와 화해,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염원이 담겨 있다. 또 해녀들의 고귀한 문화, 강인한 정신력과 정의로움, 민족적 정신의 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이 들어 있다.   

'해녀의 길'은 국민모두가 알아야할 역사이며 시대적 소명을 위해 새롭게 재창조된 창작음악극이다. 그러기에 제주에서 멈추지 않고, 국민과 함께, 더 나아가 세계적 공연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해녀의 소리가 온 세계에 스며들어 제주해녀문화가 잘 전승, 보존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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