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교통유발부담금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대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1990년부터 인구 10만명 이상인 전국 53개 도시 중 제주를 제외한 52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28년 동안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2000년과 2006년, 2014년 등 3차례 교통유발부담금 도입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유보됐다. 당시 반발 이유는 대형 건축물이 적은 제주 특성상 교통 혼잡 완화 효과보다는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도가 교통유발부담금 도입을 위한 4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교통정비 촉진에 관한 개정조례안'에 대해 지난 23일 심사 보류했다. 심사 보류 이유는 대형 건축물 소유자에게 부과하지만 실제 부담은 건축물에 입주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등 차량 증가 억제 효과보다는 이중과세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예년과 비슷한 맥락이다.

조례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대상은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이며, 규모별로 부담금이 달라진다. 지난해 12월말 건축물 대장 기준으로 도내 건축물 18만4286동 중 부과 대상인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은 7.4%인 1만3698동이다. 이번에 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8월 1일부터 1년 단위로 부담금이 부과돼 2020년 첫 고지서가 나올 예정이었다.

반면 제주 유입 인구와 관광객, 차량 급증 등으로 도심지 교통 체증과 주차난이 심화되는 상황을 감안할때 교통유발부담금 도입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등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은 도의회로 넘어갔다. 도의회에서 심사 보류되면서 교통유발부담금 도입이 언제 이뤄질 지 알 수 없지만 신중 쪽에 치우친 나머지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도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대처하는 것도 도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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