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32)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최경주는 6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잉글리시턴골프장(파72·7116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컴팩클래식(총상금 45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공동2위 더들리 하트(미국), 죠프 오길비(호주·이상 275타) 등을 4타차로 제친 여유 있는 우승.

이로써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멤버인 최경주는 100여년이 넘는 PGA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투어 대회를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동양인으로는 아오키 이사오(83년 하와이오픈)와 마루야마 시게키(2001년 밀워키오픈)에 이어 세번째 PGA 무대 정복이다.

또 이는 98년 브리티시오픈 출전으로 PGA 투어 대회 출전 첫발을 뗀 이후 74차례 투어 대회 출전 끝에 이룬 쾌거이고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2000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PGA 무대에 뛰어든 지 3년만이다.

최경주는 우승상금으로 81만달러를 받아 시즌상금 126만3681달러를 기록, 상금랭킹 51위에서 15위로 수직상승 했다.

올해 목표로 삼았던 100만달러 고지를 일찌감치 넘어선 최경주는 2004년까지 2년 간 PGA 투어 카드도 보장받아 앞으로 한층 여유 롭게 투어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1타차의 불안한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PGA 정상급 선수들을 능가하는 정확한 아이언샷과 흔들림없는 퍼팅으로 예상밖의 완승을 이끌어냈다.

최경주는 4번홀(파4)에서 1타를 줄여 13언더파로 선두를 지켰지만 데이비스 톰스, 크리스 디마르코, 마이크 스포사, 브라이스 몰더, 댄 포스먼(이상 미국) 등 무려 5명에게 1타차로 쫓겨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추격자들이 바짝 말라 더욱 단단해지고 빨라진 그린에서 잇따라 제 풀에무너진 반면 최경주의 샷은 한결 날카로와졌다.

스포사가 8번홀(파3) 칩샷 버디로 공동선두로 따라붙자 최경주는 7번홀(파4) 버디로 응수했고 8번홀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으나 멋진 벙커샷으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었던 몰더가 10번홀(파4)에서 어이없는 4퍼트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탈락했고 스포사 역시 11번홀(파5)에서 맞은 이글 퍼트에이어 짧은 버디 퍼트마저 연속으로 놓쳐 공동선두 기회를 날려버리면서 승리의 여신은 최경주에게 손짓을 보냈다.

11번홀 그린 주변에서 굴린 세번째샷이 핀을 지나치며 6m나 굴러내려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최경주가 친 퍼트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 거짓말처럼 홀안으로 사라졌다.

한편 그가 받은 우승상금 81만달러는 지난해 무려 29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총상금(80만326달러)을 단숨에 돌파한 것으로 현재 LPGA투어상금 1위 아니카 소렌스탐의 올시즌 누적액(56만6580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우리 돈으로 10억이 넘는 돈을 겨우 나흘 간 일해 벌었으니 ‘거부’(巨富)로 가는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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