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프롤로그

잠수어업인에서 문화유산으로 접근 확대…보존·활용 경계 모호
유네스코 보호협약 '공동체'모델, 국제담론 유도 사례 가치 높아
수치상 보호→자존감 확보 정책 전환, 미래 경쟁력으로 키워야

제주해녀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기폭제가 됐음에는 이의가 없다. 나잠업법 상 '잠수어업인'이었던 신분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상승했다. 1980년대까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역군이던 사회적 잣대가 문화브랜드로 확대됐다. 하지만 아직 생각에 머물러 있을 뿐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부터 활용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유산으로 존재감을 높이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과 문화의 경계에서 합리적 기준과 대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제주해녀문화를 둘러싼 고민 여전 

지난달 23일 국회 도서관 회의실에 열린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김동전 제주연구원장은 "제주해녀문화를 포용·창조적 문화 자산으로 확장해 국가 브랜드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불과 일주일 뒤인 30일 진행한 기념 학술대회에서 조성윤 제주대 교수(사학과)는 "제주해녀를 문화유산으로 강조하면서 수산업 종사자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며 "해녀들의 생업활동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제한 관광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각기 다른 주문처럼 보이지만 두 주장은 '균형감 있는 전승·보전 정책을 통해 제주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하나의 결론은 닿는다. 사실 오래된 숙제다. 제민일보가 2005년 대하기획 '제주잠(해)녀'를 시작하면서부터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을 어떻게 관리하고 전승체계를 구축할 것인지 하는 부분은 제주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공통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다.

두 학자의 주장은 어느 방향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김 원장의 주장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데 무게를 둔 것이고, 조 교수의 우려는 제주해녀라는 존재가 지금까지 유지됐던 근간을 지켜야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김 원장은 '제주해녀문화'를, 조 교수는 '제주해녀'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는 정도다.

앞서 2016년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던 정책토론회에서 박상미 한국외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의 조언도 있다.

박 교수는 "무형문화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제주해녀문화가 국제 담론을 이끌어가는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환경적 요인들이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무형문화유산의 의미와 맥락을 상실하지 않는 방식의 경제 사업을 공동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유네스코의 주문도 전달했다.
 

△ 안정적 전승 기반 '양보다 질'에

제주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호·관리 차원에서 신규 해녀 양성과 고령 해녀 보호 등의 정책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씁쓸하다. 정책 시행 첫 해인 2017년 말 제주 해녀 수는 3985명으로 전년 4005명과 비교해 20명 줄었다. 숫자만 보면 언제라도 만회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제주해녀가 처한 환경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1970년 제주해녀 수는 1만4143명으로 지금의 4배가 넘었다. 사회·산업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아직 해녀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선택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사양직업군인 해녀를 경제적 지원까지 하면서 유지해야 하는가'와 '비용부담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현직 제주 해녀의 59.9%가 70세 이상이다. 60세 이상을 포함하면 89.5%나 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이중 상당수가 일선에서 은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제주해녀를 말하기 어렵다. 신규 해녀 양성 부분에 있어서는 해녀 공동체 내·외부의 의견이 분분하다. '해녀'의 기준을 물질 기술로 봐야 할지, 문화 이해 정도에 둬야 할지가 불분명한 까닭이다.

제주도가 올해 해녀공동체 문화 배양을 위한 교육 교재 작업을 추진하는 등 내실화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녀양성프로그램의 기본 교육 교재에는 물질 기술 외에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적 가치로 인정받은 자치 규약 등 공동체 문화 이해와 가족·지역에 대한 헌신 등 정신문화에 대한 이해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문화브랜드 활용을 통해 안정적인 전승 기반을 만들자는 논의는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호 모범사례'구축 언급도, 대표 문화상품 개발도, 문화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해녀정신 확산도 필요하다는 공감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녀문화에서 '공동체'는 해녀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유하는 모두에게 개방된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녀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은 제주는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문화적 정체성을 미래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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