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한의사·한의학 자문위원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면 체중이 느는 위험이 증가한다. 성인 시기의 비만은 영유아기나 학령기 때의 비만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렸을 때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이들 때 체중은 다 키로 간다'는 것은 맞는 말이 아니다.

아이가 비만인지 아닌지 체질량지수(BMI)로 판단한다. 또래 친구들을 체질량지수가 작은 순서대로 한 줄로 쭉 세웠을 때 85번째 이상이면 과체중, 95번 째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비만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17.3%이고, 성인에서 주로 나타났던 성인병 현상이 벌써 나타난 아이도 있다. 체중 증가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잠은 아이들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피곤함을 느끼고 움직이려 하지 않게 된다. 활동량이 감소하면 에너지 소모도 줄게 되면서 잉여의 에너지가 몸에 축적되고 체중이 증가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식욕의 증가다. 잠이 줄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뇌에서는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해 음식을 섭취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실제로는 배가 고프지 않는데 발생하는 가짜 신호다. 그러면 필요한 에너지보다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체중 증가는 건강뿐만 아니라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평균적으로 만 6세 이전에는 체중이 늘어가는 비율에 비해 키가 더 많이 늘어가고, 6세 이후에는 키에 비해 체중이 더 많이 늘어간다. 그래서 체질량지수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태어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6세 부근에 다시 서서히 증가하는 변곡점을 가진 포물선을 그리게 된다. 이 변곡점 시기가 빨라지면 사춘기가 빨리 나타난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공부가 될 리 없다. 외국 연구이기는 하지만 약물남용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해 보거나 실제로 시도한 경우도 증가한다. 

이렇게 비만은 아이들의 건강, 학업, 키, 정신적인 문제 등과 모두 관련이 있다.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나 인스턴트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실천해 갈 수 없다. 건강한 수면이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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