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논설위원

생물 개체 수준의 유전정보는 디엔에이(DNA) 서열로 기록되며, 현재까지 여러 생물종의 유전체 서열이 분석됐다. 지난 2003년에 완성된 인간유전체사업은 30억 염기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 디엔아이 서열을 밝혀냈다. 인간 유전체에는 2만1306개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유전체사업은 기대했던 것만큼 생명현상의 신비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 혁명으로 다가오는 포스트 유전체 시대를 열었다. 

생물 집단이란 같은 장소에서 서식하며 상호 교배하는 그룹을 말한다. 여기에서 유전 언어는 대립유전자(유전자의 변이형태)의 빈도다. 대립유전자가 한 종류이면 단일성, 여럿이면 다형성 유전자라 한다. 집단 수준의 유전연구는 유전자 총체, 즉 모든 대립유전자들을 연구하기 때문에 진화의 바탕이다. 집단수준으로 오면 유전학은 과학을 뛰어넘어 역사, 인류학, 인간의 행동 및 사회학적인 정보를 포함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고, 인류의 다양성을 이해하며, 우리의 미래를 추측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고유하며 생물권 지구는 생명의 원천인 유전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한다. 최근 영국에서 보고된 연구는 생물종 다양성의 가치를 부여해주는 실례를 잘 보여준다.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목재를 좀먹는 바다이라고 하는 벌레가 있다. 일반인은 보트와 교각을 좀먹는 바다이를 골칫거리 벌레로 간주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바다이의 소화계가 어떻게 목재 구성분인 당을 감싸는 리그닌을 분해하는지 발견했다. 동물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은 헤모글로빈이지만 무척추동물에서는 헤모시안닌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헤모글로빈은 철원자로 산소를 운반하므로 적색을 띠고, 헤모시아닌은 구리원자를 이용해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푸른색을 띤다. 바다이는 헤모시아닌에 결합한 산소 덕택에 강력한 산화능력이 있다. 그래서 목재 구성성분인 당을 감싸고 있는 리그닌의 강력한 결합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곰팡이, 흰개미 등도 목재를 분해할 수 있지만, 이들은 소화효소 혹은 공생하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목재로부터 당을 방출한다. 바다이는 미생물이 없는, 즉 멸균조건의 소화계를 가진 유일한 동물임이 밝혀진 것이다.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지구상에서 목본식물은 가장 풍부하면서도 재사용 가능한 탄소원이다. 식용하지 않는 목재를 활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면 지구의 식량안보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분명 바다이에서 얻은 생물정보는 목재를 저탄소연료로 전환시키는데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통해 얻은 생물 정보를 이용해 혜택을 얻고 있다. 그러기에 생물종 다양성은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권리에 필수적이며, 건강한 생태계는 생물 다양성에 크게 의존한다는 유엔 인권 위원회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해온 제주도도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다. 우리는 깔끔한 이분법에 익숙해 외지인과 원주민, 주류와 비주류, 찬성자/반대자 등으로 나누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현실은 저마다 서로 맞물리는 여러 특성이 모여 있는 하나의 고유한 개체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조직 및 사회 구성원이 다양하면 여러 혜택을 가져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7월 재선된 원도정은 경제 살리기와 관광산업의 재도약, 지역경제 활성화,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유지하는 큰 결단을 내렸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제1호 영리 병원 인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다. 다양성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결단의 결과를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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