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제주영송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조성익 기자>
과자를 집어먹고 바구니에 담겨있는 글자를 뽑아 단어를 만들어 가는 시범을 보여도 아이들은 다음날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자폐증, 다운증후군 아이들. 집중력이 없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아이들이 필요로 한 건 멋진 시범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칭찬해주고 껴안아주고, 차가운 바닥에서 함께 뒹굴자 아이들은 ‘게임’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9일 제주영송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영송한마당 큰잔치’.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운동회이지만, 올해는 특수학교 연구보고회 일정 때문에 미리 앞당겨 실시했다.

아이들은 행사 내내 포기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닥에 쓰러지고 뒹굴면서 눈물과 땀방울을 흘렸지만, ‘맨손달리기’ ‘매스게임’ ‘바구니 터트리기’ 등 모든 경기들을 소화해냈다.

정신지체란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은 경찰악대 연주가 시작되자 학부모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그리고 세상을 향해 힘찬 함성을 질렀다.

특히 이들이 마련한 ‘잠자리 꽁꽁’ ‘함께가는 밝은 세상’은 제주관광대학부속 유치원생, 광령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경기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이날 정신지체, 자폐, 다운증후군 장애학생 222명의,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한마당 큰잔치 행사는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 등 300여명의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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