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논설위원

어슴푸레 밝아온 이른 새벽 공원 내 게이트볼 구장 잔디 위로 안개비가 살포시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나온 10여명 노인 중에는 게임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왕에 왔으니 가랑비 속 게이트볼로 황혼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누군가의 기발한 제안에  6~70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허허…" 까르르 웃음꽃을 피우며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오고 이어 경쾌한 타구가 새벽 공기를 가르며 게이트를 향한다.

게이트볼은 프랑스 농민들의 놀이에서 유래되어 일본을 거쳐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보급됐다.

주로 노인건강을 위한 복지시책 일환으로 지원되고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738만1000명으로 전체인구의 14.3%이며 제주 노인인구도 9만3000명으로 전국평균비율과 같다.(2018년 고령자 통계)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6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생산가능 인구(14~64세) 비율이 1:1에 가까워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다가서는 노인 문제를 분석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독감 소외감이 25.7% 건강문제 25.5%  금전문제 21.8% 무료함이 19.6%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귀천 구분 없이 숙명적으로 다가서는 노인의 문제는 초고령사회가 풀어야 할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과 사회 노령화와 더불어 그들의 무력감, 기피현상, 그로인한 사회불안과 경제적 부담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 통합적 노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게이트볼은 노인체력에 적합한 운동일뿐만 아니라 게임할 때는 팀워크를 이루고 팀장을 중심으로 지혜와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하고 있는 실내 놀이에서 실외로 나와 자연을 호흡하는 동적 운동으로 전환토록 함으로써 심신의 활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경제적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이트볼을 노인들만의 운동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은 할아버지와 손주가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가족스포츠로서 단연 금메달 감이다.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 지난 추석 때 서울에서 내려온 초·중등 손자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게이트볼 게임을 했다. 그렇게 손자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즐겁고 흐뭇하고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게이트볼은 노인만의 운동이 아니라 조부모와 손주 3대가 함께 즐기는 가족 스포츠로 확산, 발전시켜 나가는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을 적극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정부의 노인 복지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노인의 불편을 해소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주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인 스스로가 오랜 경륜을 일깨워 사회 안정과 경제적 부담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빠르게 다가서는 초 고령사회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노인의 운동은 건강 보조 수단이지만 3대가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조부모와 손주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일요일의 게이트볼 약속시간, 생각만 해도 온 세포에 힘이 솟는다. 

가족의 소통과 웃음, 혈육의 정을 활짝 꽃피우는 게이트볼, 지역 주거공동체에 활기와 연대의식을 자극하는 게이트 볼, 이것이 진정한  생활스포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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