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감성의 시대다. 차별점을 쉽게 찾기 어려운 시대나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차원의 환경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시대를 이끌었다. 물론 변화기의 성격에 따라 한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뿐 이성적 요인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모든 사물은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이성과 즐겁거나 아름다움과 같이 느껴지는 감성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트렌드와 시대에 따라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마케팅도 환경변화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이 변화돼 왔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마케팅의 공식처럼 알려져 왔던 요인들이 새롭게 정리되고 검증되고 있다. 기업이 가진 자원의 한계로, 시장에 진입하는 상품들은 시장을 나누고 그 중 가장 공략을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핵심 고객을 선정한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상품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는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알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최근에는 의미가 없어진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새로운 산업기에 적합한 공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브랜드와 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내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포장지 색상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사용된 재료만 큰 글씨로 표기해서 디자인이 없는 듯한 제품들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디자인이 없는 듯한 것이 오히려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상품의 가치 전달은 감성의 시대라 할지라도 이성을 움직이지 못하면 좋다고 느낄 뿐 구매 행동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마케팅의 전환기에는 이처럼 직접 실행해보지 않고는 예측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서 상품을 알려왔던 방법은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진 시대에 소용이 낮아지고 있다. 보다 단기간에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사라지는 운명을 면치 못한다.

내가 마케팅에 매력을 느끼고 소명을 갖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모든 사물과 대상은 자신만의 특이성과 독특함을 보유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이 모두 다르고 매력적인데도 스스로 알지 못해 평가절하되거나 드러나지 않아 필요한 곳에서 쓰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도 세상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소방관의 주황색 유니폼만 봐도 친근감을 느끼고, 그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음을 알아챌 수 있지 않은가.

도시도 마찬가지다. 어느 국가의 사람으로 불리워지기보다 뉴요커, 파리지앵으로 자신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도시들은 금융이나 패션과 같은 기능적 산업들로 축적한 여유를 대놓고 보여주기보다 라이프 스타일이나 살아가는 환경으로 감성적 이미지를 입힌다.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좋은 기능으로 설명하지 않고 취미나 동경하는 삶에 들여 놓고 보여주는 이유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은 함께 한다. 도시도 이러한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진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알게 된다. 

이는 구성원들이 그 지역에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뉴요커라는 단어로 느껴지는 자부심이나 산업수준을 제주도에도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은 점점 세밀해지고 구체화되고 있으며 명확한 컨셉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제주의 친환경 이미지를 삼다수라는 브랜드로 보여주었듯,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눈으로 보여주고 감각을 동원해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가 먼저 해야 한다. 그래야만 리더십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어 갈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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