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2019년 새해가 시작됐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하룻밤의 차이이지만 우리들은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31일과 1일을 새롭게 맞이한다. 1년을 회고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미완성으로 끝난 일들은 폐기할 것인지, 새해에도 계속 이어서 계획으로 삼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선택하게 된다. 이에 더해 새로운 일들을 추가하여 2019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람들은 새해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와 그렇게 살고 싶은 희망의 목록을 정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목록에는 사용하고 싶지 않은 말과 사용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을까. 또는 듣고 싶은 말과 듣고 싶지 않은 말도 포함되어 있을까.   

우리들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간에 성과중심 시스템에 노출되어 있고, 이 제도에 길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남을 위해 조그마한 시간이나 노력을 섣불리 주려고 하지 않는다. 목적이 있을 때만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슴으로는 여유를 찾고, 남을 배려하면서 지내겠다고 생각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손익을 계산하면서 인색한 행동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로 '힘들다, 괴롭다, 불편하다, 못 살겠다, 죽겠다'등 부정적인 단어가 넘쳐난다. 이런 단어 사용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입에 달고 살아온 것 같다. 어떤 말을 할 때 의도하지 않지만 말하는 이의 심정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말하는 이의 감정을 읽고 덩달아서 자신의 감정도 휩쓸리게 된다. 그래서 내가 기분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은 내 입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도 좋아지게 하는 힘이 있다. 

필자는 오래 전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희와 락' '로와 애'가 비슷하지만 이 말이 존재하는 것은 단어마다 고유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쁘고 즐거운 것'과 '화나고 슬픈 것'이 자신들에게 동시에 찾아온다고 믿는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희로애락을 행복과 불행의 주요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음미해 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쁨은 좋은 것이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잠시만 머물러 있는 것 같고, 슬픔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라 불행하다고 여기며 오래 머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변화무쌍한 이 감정들은 우리들에게 똑같은 비율로 똑같은 시간 동안 머문다. 다만 즐거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잠시 있다가 빨리 사라지는 것처럼 여기는 것뿐이다. 반면에 고통은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오래 머물러서 우리들의 심신에 상처를 준다고 여긴다. 

희로애락은 우리들의 삶의 일부이고 우리들이 살아있는 동안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감정의 굴곡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인생이란 한평생 고속도만 갈 수도 없고, 험난한 가시밭길만 갈 수도 없다. 가시밭길과 고속도로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희로애락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따라서 이 모든 감정들을 '즐거움' 즉 '재미'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즐거워질 것이다.  

2019년, 새해에는 상대방의 안부 인사에 대해 '재미있게 지내요. 즐겁게 지내요'라는 긍정적인 말을 자주 사용하면 어떨까. 그리고 이런 대답을 들으면 같이 응대해 주는 것을 새해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무심코 내뱉은 부정적인 말들은 올해 겨울바람에 날려 보내 버리고, 가능하면 긍정적이고 희망이 있는 말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나와 이웃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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