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의 집합 및 이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사회 현상을 더 정확하게 분석 및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에게 정확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빅데이터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존재하고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새로운 디지털 데이터다.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하는 모든 행동들, 예를 들어 전화통화, 신용카드 거래, 교통 수단 이용, 지도보기, 맛집 찾기, 포털 검색 등은 우리가 흘리고 다니는 디지털 빵가루(Digital Bread Crumbs)다. 디지털 빵가루 속에 담긴 인간들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사용 패턴에 대한 분석 작업은 앞으로 미래사회에 있어 중요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이 디지털 빵가루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데이터로 반영해준다. 그러나 디지털 빵가루는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다. 통화 상대방, 카드 거래, 특정 장소, 위치 정보 등 개인에게는 상당이 높은 수준을 보안을 요구하는 개인 정보다. 

이런 개인정보보호 이슈 때문에 빅데이터 서비스는 한계에 부딪쳐 왔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전면 시행으로 전 세계가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규제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유럽연합 전체 회원국에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요구한다. 유럽연합은 제도 시행을 통해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요소인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의 빅데이터 관련 조항은 제5조 제1항 (b)로 "공익을 위한 기록보존 목적·과학 또는 역사 연구 목적·통계 목적의 개인정보 처리의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어도 추가적 처리(Further Processing)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가명처리(Pseudonymisation) 등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명처리란 추가적 정보의 이용 없이 개인정보가 더 이상 특정 정보주체에게 귀속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식별화 처리 정도가 낮은 상태로 가명처리를 했더라도 여전히 개인정보로 파악한다. 한편 익명처리(Anonymisation)는 비식별화 처리 정도가 매우 높아 앵커링이 어려워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본다.  

정보와 정보를 연결해 특정 개인을 유추하는 것을 앵커링이라고 한다. 이 앵커링이 무서워 그동안 정부는 비식별 빅데이타의 공개와 제공에 있어서 제한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빅데이터에 해당하는 조항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이다. 우리나라 법은 비식별화 정도를 매우 높여서 익명처리를 해야만 추가처리가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복원이 불가능한 가명처리 수준으로 우리보다 낮다. 처리 항목의 경우도 유럽연합은 전체적인 처리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제공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법은 빅데이터 조항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데이터 규제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빅데이터 센터 100곳을 새로 만들고 중소·벤처기업에 데이터를 구매하고 가공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1조원을 빅데이터 활성화에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사물의 위치정보 보호 기준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앵커링을 통해서 개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사물의 위치정보를 사람과 똑같이 높은 수준으로 취급 관리했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차,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에 필수적인 위치정보에 대한 활용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 

정부는 또한 가명정보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비식별 데이터의 활용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가명정보를 도입하는 등 빅데이터 활용에 개선안을 내놓자 관련 산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업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중 가장 높은수준이었던 개인정보 규제가 완화하면 빅데이터 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기업 경쟁력이 크게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는 4차산업혁명의 프론티어 역할을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AI, 자율주행차, 드론, VR, 블록체인, 스마트팜 등 첨단기술을 통한 산업화를 의미한다. 4차산업의 핵심 기술에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각 분야의 기술을 융합하고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35%~40% 정도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인공지능, 맞춤형서비스 등 다양하고 유용한 응용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데이터 중심의 4차산업 혁명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청정 산업이자 첨단 지식산업이다. 제주를 빅데이터 산업 특구로 지정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빅데이터 센터를 수십 곳 유치하고 데이터 산업을 육성시켜 4차 산업 혁명을 좀더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제주에 첨단 기술 중심의 수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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