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일자리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로 본 제주 노동시장

청년층 첫 취업 소요기간 증가·희망-실질 임금 격차 커
'일해도 힘든 장년층' 구직 한계·빈곤층 전락 우려 심화
제주 이주 '5년 차 고비' 근로 조건 개선 등 과제 제시

 

자료사진=연합뉴스.

'2018 제주도민 일자리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는 제주 고용시장이 지닌 구조적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청년 일자리는 현실과 이상 간 격차와 더불어 '탈(脫)제주'성향이 과제로 지목됐다. 일하는 중년의 빈곤층 전락 우려가 심화되는가 하면 이주열풍이라는 사회 현상의 임계치까지 노출하는 등 일자리 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제주가 아니어도 좋다

제주 청년층(만 18~34세)이 원하는 월평균 임금은 248만4000원이었다. 실제 받는 임금은 평균 200만3000원으로 48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응답자의 65.7%는 '도내 일자리와 희망하는 일자리간 연봉 및 복리후생 수준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3년 전 첫 조사와 비교해 청년층 일자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도소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10명 중 3명(2015년 33.3%, 208년 34.3%)은 서비스업에 종사했다. 임금 수준이나 직장 만족도 등이 좋아졌지만 취업에 대한 의지나 기대감은 낮아졌다.

비취업자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구직경험 비율은 2015년 27.8%에서 지난해 24.9%로 낮아졌다. 첫 취업까지 소요기간도 16.6개월에서 17.1개월로 늘었다. 임금근로자 비율도 96.5%에서 93.9%로 떨어졌다. 취·창업 희망 지역으로 '제주 도내'를 꼽은 비율은 50.6%로 2015년 64.1%에서 3.5% 포인트 하락했다. '제주 소재 연봉 2000만원 일자리'보다 '수도권 소재 연봉 3000만원 일자리'가 낫다는 반응도 3년 전 30.1%에서 지난해 43.0%로 늘었다.

△일할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

낀세대인 '만 50~64세'가 처한 현실은 우울했다. 취업자 5명 중 1명은 농림어업·숙련종사자(2015년 23.2%, 2018년 22.9%)로 월평균 임금은 24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구직자들의 희망 업종은 1순위는 숙박·음식점업(18.0%)으로 청년들과 겹친다. 심지어 단순노무종사자를 희망하는 비율이 2015년 30.1%에서 지난해 39.0%로 늘었다.

희망 월평균 임금은 175만6000원 수준이다. 이는 노후 적정생활비 286만2000원,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 생활비 213만4000원에도 못 미친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만65~74세 취업자 역시 농림어업에 쏠린 상황에서 월평균 임금은 118만1000원에 그쳤다. 구직 희망 비율이 20.5%로 집계된 가운데 50.3%가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희망 월평균 임금은 97만9000원(평일 기준 5.3시간)으로 최저임금(2018년 7530원)을 조금 웃돌았다.

청년층은 취업과 창업활성화를 위해 제주도가 추진해야할 정책으로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직장체험 확대 지원(4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제주살이' 쉽지 않아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주 이주'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고도 정작 5년을 버티기 힘든 상황도 반영됐다.

이주 초기에는 제주 출신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은 데 대한 저항이 높지 않았지만 '5년'을 기준으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지역 근로 조건에 대해 만 18~54세 5년 미만 이주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5년 이후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그렸다.

이는 인구이동 추이와도 밀접했다. 제주 인구성장률은 2011년 1.1% 2012년 1.6%, 2013년 2.1%, 2014년 2.8%, 2015년 3.2% 등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7년 1만4005명으로 이중 절반이 넘는 7038명(30대 3798명·40대 3240명)이 30·40대였다. 이중 혁신도시 이전 등 일자리를 따라 이동한 경우를 제외하고 5년을 기점으로 제주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도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분석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유의미한 자료로 판단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내 근로조건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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