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굿의 축제화를 꿈꾼다


 제주의 민속문화를 얘기할 때 굿을 빼곤 말이 안된다.한라문화제에 등장하는 민속예술만 보더라도 그 속에는 크고 작은 굿이 끼어있음을 알 수 있다.이것은 제주민들의 삶 속에 굿이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때 미신으로 치부됐던 굿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민간속에서 무병, 치병, 소원 성취를 위해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80년대부터는 일부 굿이 문화재로 인정되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인 제주굿과 당은 되살려야 할 문화재라는 주장도 거세지는 등 굿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제주시 건입동 본향당굿인 칠머리당굿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예다. 칠머리당굿은 영등신을 불러들여 어부나 해녀들의 해상안전과 생업의 풍요를 빌어주는 일종의 풍어제다. 주민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온 이 굿은 마침내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고,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도 함께 창립했다.

 칠머리당굿보존회는 칠머리당굿이 중요무형문화재 71호로 지정된 이래 1981년부터 매년 한라문화제 칠머리당굿 시연회를 갖고 있다.매년 사라봉 칠머리당(우천시 서부두 수협어판장)에서는 영등송별대제일(음력 2월 1∼15일)을 지정해 공개발표회도 갖고 있는데 초하루에는 환송제,열나흘날에는 송별제가 치러진다.송별제때는 하루종일 큰 굿이 베풀어져 해녀와 선주 등 바닷일을 하는 이들 뿐 아니라 도내외에서 굿에 관심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모아져 명실상부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칠머리당굿보존회는 지난 86년 칠머리당굿 보유단체로 인정받은 이후 이후 각종 행사에 초청돼 제주민들의 삶 속에 오래도록 자리했던 칠머리당굿 재현과 제주굿 전승에 앞장서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 성화맞이굿,1988년 제13대 대통령취임 경축공연,88서울올림픽 성화맞이굿,93년 대전엑스포 제주의 날 공연,JCI아·태지역대회 ‘영감놀이’, 96년 제5회 전국민족극한마당 전야제 열림굿,97년 아태영화제 폐막공연,98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 참가,99전국민속예술축제 시연 등 각종 행사에 초청돼 제주칠머리당굿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칠머리당보존회는 칠머리당굿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필요로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지난 98년 4·3 50주기때는 한라체육관에서 1박 2일로 ‘제주4·3해원상생굿’을 봉행했다. 민간 속에만 간간히 행해졌던 4·3굿이 이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굿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보존회는 또 그 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4·3 50주년 희생자 위령제’행사에 초청돼 굿판을 벌여 이국땅에서 4·3의 한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막힌 가슴을 풀어주었다.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의 첫 해외굿판이기도 한 이 행사에는 4·3 소용돌이 속에서 제주를 떠난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자리를 꽉메워 심방들의 눈시울까지 붉히게 했다.

보존회는 사라져가는 제주문화를 되살리는 일에도 한몫하고 있다.제주의 열두본풀이자료집 「제주도무속신화」를 집대성해냈는가 하면 지난해부터는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제주시 상징축제로 개발하고 있는 ‘탐라굿 입춘굿놀이’재현행사에도 적극 참가해 ‘굿의 축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는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을 비롯해 조교 고순안,전수교육보조자 이용순,이수자 이용옥 고산옥 마치순 김연희,전수생 신순덕 강연순 정공철 신복만 이문자 고덕유씨 등 38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김윤수회장은 제주굿의 올바른 전승을 위해 매주 전수자들에게 기능전수 훈련을 시키는 한편 회원들에게 연물도 가르치고 있다. 마땅한 공간이 없어 놀이패 한라산 연습실을 빌려 기능전수를 하고 있어 전수관 마련이 칠머리당굿보존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현재 제주시에서 부지를 매입한 상태여서 가까운 시일내에 전수관이 설립될 전망이다.

 보존회는 3년전부터 놀이패 한라산과 풍물굿패 신나락 회원들은 칠머리당굿보존회로부터 북 대양 설쇠 장구 등 무속 악기 전수도 하고 있다. 제주고유의 연물가락을 대중화하기 위해 놀이패와 풍물굿패를 중심으로 베풀었던 연물강좌를 올 여름 일반인들을 위한 공개연물강좌도 펼칠 계획이다. 연물공연과 굿놀이,춤,굿민요 등은 각종 공연에 결합시키는 현대화 작업도 칠머리당굿보존회의 과제중의 하나다.

 김석윤 사무국장은 “현재 제주굿은 당신앙이 퇴색하고 굿의 제의가 아닌 개인 기복적인 의미가 강조되면서 제주고유의 무의가 변질되거나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제주굿의 올바른 전승과 계승을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김순자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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