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대 법정대학 사회과학군(행정, 정치, 언론홍보)에 입학한 송지은씨(20)는 좋은 선배들을 만나 멋진 대학생활을 보내려던 대학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개학한지가 2달이 지나도 괜찮은 선배들을 좀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씨는 고민 끝에 대학신문사 학생기자로 가입, 대학생활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지난 96학년도부터 시작된 대학 학부제가 점차 단과대학으로 확대되면서 바뀐 대학풍속도의 한 단면이다.

2학년때 학과를 배정받기 때문에 같은 학부내 선·후배는 출신고교가 같은 등 특수한 관계가 아니면 ‘끈끈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또 같은 학부라도 2학년 때 인기학과에 배정받으려면 동기생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과외활동보다는 학과공부에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이 여파로 수련회(MT) 등 단체행사도 지지부진하다. 제주대 일부 학과는 학기초에 집중되는 신입생 환영회와 MT를 실시하지 않았다. 일부 학부에서는 각 학과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자기 학과를 알리는 일에만 열을 올렸던 부작용을 우려해서 MT자체를 취소하기까지 했다.

제주대 서양어문학부 2학년 김민정씨(21·독일학과)는 “선배에게 점심이나 술을 사달라고 찾아오는 후배는 거의 없다”며 “서양어문학부 1학년생 80명 가운데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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