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식 제주어보전육성위원·논설위원

제주도는 제주어의 가치 선양과 제주 문화 발전을 위한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2018~2022)'을 마련해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주요 추진 과제는 제주어 위상 강화를 위한 문화 환경 조성, 제주어 보전을 위한 교육과 연구 체계 수립, 제주어 정보화와 대중화를 위한 제주어 보전과 육성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보완하고 '제주어 표기법'을 개정한다는 청사진이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 회의를 거쳤다. 

이 청사진은 제주도정이 제주어를 보전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따라서 제주어로 글을 쓰는 필자도 소견을 피력하려고 한다. 

제주어를 위한 제주도정의 전담 부서에서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구체적인 계획과 효과적인 실행이 절실하다. 계획은 특정한 단체에만 용역 비슷하게 일을 맡겨서는 제주어 소멸을 막을 방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제주어 표기법' 개정이나 구술집 자료를 위한 채록 사업은 지원이 있어 '제주어 표기법'을 아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1, 2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10년 동안 제주어의 위상을 위한 국제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는 역량강화 및 제주어 표기법이나 구술 자료 채록을 했던 사업이므로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은 도민 전체가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하다. 

제주시 문화예술과와 서귀포시 문화예술과에도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에 따른 예산을 편성하고 각 산하단체인 주민자치 단체나 도서관에도 제주어 육성을 위한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제주시로부터 버스 승차대에 필자의 제주어 시를 50편이나 게재하겠다고 해 허락해 준 일이 있다. 예산이 없다고 해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더하여 학교와 개발원이나 문화원, 도서관과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필자가 냈던 제주어 관련 책을 드리면서 제주어 강좌나 특강을 부탁해도 예산이 없다고 거절당한 경우가 많아서 내심 섭섭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제주도 문화정책국의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문화관광체육을 담당하는 도의원들과 교육청을 대표하는 담당관, 국어학 전문가와 문인이 위원이긴 하나 6개월에 1번 정도 소집해서 그동안의 경과나 보고하는 형식을 취할 뿐 실질적인 활동은 미미하다.

올해부터는 제주어 문예부흥기로 정해 제주도 문인들에게도 제주어로 작품을 쓰겠다고 하면 창작지원이 따라야 한다. 지원 창구가 없어서 자비로 만든 창작물이 참고자료로 이용돼서야 누가 힘들여 창작하겠는가.  

버스 승차대에 제주어 시를 게재했던 사례에서 도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지대했다.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제주어 시화전을 거는 권유도 제주도 인문학을 높이는 실천이다. 제주어 시낭송 대회를 열어 도민의 관심을 이끌고, 제주어로 쓴 대본으로 연극이나 오페라를 창작해 공연하는 실천도 제주어를 지키려는 의지이므로 이 시대의 사명이다.

그러므로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에 따른 성과급라고 지금보다 제주어 표기법을 복잡하게 언어학으로 수정하면 곤란하다. 제주어는 학술적으로 생겨난 말이 아니고 제주도민의 삶에서 쓰는 말이므로 필자의 경우, 지금의 제주어 표기법으로도 창작에 지장이 없다. 개정증본을 위한 '제주어 사전'도 이전의 경험에 비춰 제주어에 관심이 많은 도민에게 골고루 배부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발간하기 바란다.   

우선 누락된 부분이 없도록 필자부터 제주도에선 무를 왜 남삐라고 하는지, '아무 것도 없다' 를 맥이독딱이라고 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 제주어 학습서와 제주어 시낭송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고 싶다. 어차피 소멸될 제주어라고 홀대해도 제주도에 살고 있는 보람과 즐거움으로 시대적인 사명감을 지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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