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서울을 가본 사람과 안 가본 사람의 논쟁을 하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속담이 있다. 서울을 실제 다녀온 사람보다 가 보지 않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로 우기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 의견이 비전문가의 우김으로 함몰되는 경우를 일컬어 하는 말일 것이다. 제2공항 논쟁은 어떤가.

김포와 인천공항 사례

공항개발 선진사례로 김포국제공항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김포공항은 지난 1958년에 국제공항으로 지정된 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항공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항공기도 대형화되면서 10여 번에 걸쳐 활주로를 보강했으나 수요를 충족되지 못했다. 지난 1987년 평행활주로 1개를 신설하고 2개의 활주로로 늘어나는 운항편수를 감당하려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1992년 영종도에 인천공항을 착공해 2001년에 개항했다. 

인천공항 개항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내외국인들의 출·입국은 물론, 화물기로 많은 수출입 물량을 감당했다. 지난해 6825만명이 이용해 세계 5위, 화물은 세계 3위다. 수출액 6000억달러로 전 세계 수출국 7위가 되는데도 역할을 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말에 다시 제4활주로와 터미널공사를 착공했다. 오는 2023년까지 4조2000억원을 투입해 여객수용능력 7200만명에서 1억명의 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을 처음 건설할 당시에도 찬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 혜안이 이를 추진했고 지금은 세계의 유수한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도 제주공항의 한계를 제2공항 건설로 돌파하려고 하는 것이다. 2개 공항의 운영문제는 김포와 인천공항의 예를 보면 답도 보인다. 밖에서는 늘어나는 항공수송에 대비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데 제주도 섬 안에선 제2공항 건설 공방으로 안타까움만 더 하게 하고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또 다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제2공항 예정지 주변에 군훈련공역이 겹쳐있어 공역검토가 잘못됐다고 한다. 

훈련공역 같은 것은 영구적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역은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정부차원의 공역위원회라는 협의기구가 있어 공역을 관리하고 심의를 거쳐 지정하거나 수정·해제한다. 훈련공역은 어떤 지역과 고도를 정하고 시간에 따라  훈련하게 된다. 공항이 새롭게 결정되고 운영하게 될 즈음에는 이를 조정한다. 인천공항 개항할 때도 그렇게 했다. 지금의 성산 해상지역은 달리 사용되지 않는 공역이기에 훈련공역으로 정한 것이다. 이 공역검토는 공항이 완공되고 운영단계 이전에 조정할 수 있는 것이기에 포함하지 않았을 것이다. 포함할 수도 없다. 

대정읍 신도리를 배제하기 위해 소음평가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신도리에는 예정부지 내에 녹남봉이 있고 장애물로 당산봉과 수월봉이 있다. 만일 조작되지 않고 활주로 방향을 잘 잡아 성산보다 소음평가가 유리하게 됐다면 그곳은 괜찮다는 것인가. 활주로 방향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정하는 것이다.

외면되는 전문가의 지식

어느 분야든지 그 직종에 직접 종사했거나 해당분야를 전공해 전문지식이 바탕을 이룰 때 어떤 문제의 본질에 정확히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미시적이거나 지엽적인 문제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이나 공항개발 같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은 더 그렇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나 나뭇가지를 보고 전체를 말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관련 전문가의 주장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문성과 해당 지식에 따른 설명이 인정돼야 서로 대화가 될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