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생산량 22% 증가로 가격하락 농가 9000t 자진폐기 결의
제주 물론 육지부 출하량 늘어…월동무 등 채소류 경쟁력 악화
"3~4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양배추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월동무나 브로콜리 등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수 십 년간 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금이 더 힘들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서 60년 넘게 양배추 등 농사를 지어온 장병언 할아버지(82)는 최근 급격히 떨어진 양배추 가격 때문에 고심이 크다.
장 할아버지는 "올해 가격이 크게 떨어져 애써 키운 양배추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1월이 되면 다른 지역 양배추는 거의 출하되지 않았는데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한 겨울에도 물량이 쏟아져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배추 농민들은 감귤원 폐원 사업 추진으로 크게 늘어난 빈 땅에 채소류를 재배하면서 양배추는 물론 월동무, 브로콜리 등 제주산 채소류가 과잉공급과 가격하락이 쳇바퀴 돌듯이 반복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결국 과잉생산으로 크게 하락한 양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가들이 자진폐기에 나섰다.
제주농협양채류협의회와 제주양배추출하조절위원회는 21일 애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양배추 10% 이상 자율감축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도내 양배추 주산지인 애월·한림·대정 등 양배추 생산자 500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은 재배 면적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165㏊, 물량으로는 9000t 정도를 산지에서 선제 폐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도내 2018년산 양배추 재배 면적은 2038㏊, 생산 예상량은 11만4658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산에 비해 면적은 2.0%, 생산량은 22.6% 증가했다.
여기에 전남 등 타 지역 양배추 역시 생산량이 급증해 과잉공급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은 8㎏에 4353원으로 전년 대비 36%나 떨어진 상황이다.
더구나 1월 들어 양배추 가격은 더 떨어져 상품 기준으로 3000원대에 그치면서 자진폐기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달 21일까지 산지에서 자율적으로 양배추 폐기에 나서고, 이달말까지 이행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하지만 농가들은 양배추 과잉생산이 심각해 20~30%는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2018년산 월동무 역시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농가들이 당초 7000t을 자진폐기키로 했지만 현재 1만5000t으로 확대해 진행중이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