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제주 4·3을 다룬 장편 소설 「한나의 메아리」(문학예술종합출판사 발행)가 지난 2000년 출판된 사실이 최근 평양을 다녀온 본지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조선문학창작사 소속 양의선(60)이 쓴 「한나의 메아리」는 제주 4·3 당시 무장대 지도부였던 강규찬·고진희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제주도당의 투쟁과정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현재까지 북한 문학작품 중 제주 4·3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함세덕(1916∼50)의 희곡 「산사람들」(1950) 강승한(1918∼50)의 서사시 「한나산」(1948) 등 주로 해방 전후에 발표된 작품만이 알려져 왔다.

 해방 전후 발표된 이들 작품이외에 북한에서 4·3을 소재로 한 작품이 창작되었는지 창작됐다면 4·3을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나의 메아리」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뤄질 경우 제주 4·3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한 현대문학에서도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이 발행됐다는 사실은 북한에서도 제주 4·3의 문학적 형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의 메아리」는 강규찬, 고진희, 이덕구, 김달삼 등 4·3 당시 무장대들을 실명으로 내세우며 제주 4·3을 미국에 대항한 반제국주의 통일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북한 문학에서 제주 4·3을 남로당 지령 또는 남로당 제주도당위원회의 독자적 봉기로 보지 않는데 반해 「한나의 메아리」는 제주도당위원회의 자발적 판단에 의한 인민봉기로 그려내고 있어 주목을 끈다.

 남한을 탈출한 최준오라는 인물이 제주 4·3의 핵심인물 중 하나였던 강규찬·고진희 부부의 일생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액자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한나의 메아리」는 당시 무장대가 김일성 노래를 감격스럽게 부른다거나, 이들이 ‘김일성 장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그려내면서 제주 4·3과 김일성의 영웅성을 교차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이들 부부가 제주에서의 투쟁을 마치고 북한의 공화국 창립대회에 참가해 ‘김일성 장군’의 품에 안기며 조국애와 민족애를 느낀다는 결말은 북한 리얼리즘 문학의 한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4·3의 발발과 김달삼과 김익렬의 평화회담, 오라리 방화사건 등 당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는 북한에서도 제주 4·3의 실체를 대한 문학적 형상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병택씨(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의 북한문학에서 제주 4·3을 소재로 작품이 창작되었다는 사실은 4·3이 남한뿐만 아니라 민족사적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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