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새과는 그 모양 때문에 말총과로도 부르는데, 학명(Equisetum)도 라틴어 말을 뜻하는 '에쿠스(equus)'와 강모(털)를 뜻하는 '세타(seta)'를 결합해 만들었다.

속새식물들은 현재의 지구환경에는 맞지 않는지 이 과에는 속새속 하나뿐이며 그나마 15종 밖에 없다. 슈도보르니아라는 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친척이다. 약 3억7500만 년 전인 데본기 후기에 살았다.

살아있는 모든 속새식물들은 속새속이라고 하는 하나의 속에 들어 있지만 화석종들은 그렇지만은 않다. 과학자들은 중생대 이후 수많은 종류의 대형 식물들을 화석속새류(에퀴세티테스)라는 집단 하나로 취급하고 있는데, 사실 살아 있지도 않은 화석상태의 생물들의 특징들을 밝혀 분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분류집단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집단을 그냥 편의상 "쓰레기통 분류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 배치한 종들 중에는 현대 속새식물들의 조상이었을 것들도 있고, 현재의 종들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이차 생장 즉 현재의 나무들에서 발견되는 직경이 점점 굵어지는 비대생장을 했었다는 보고들도 있어서 이것들은 지금의 속새식물들과는 다른 계통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다.

그 중에는 30m에 달하는 큰 나무도 있었다. 이렇게 큰 나무속새들은 석탄매장지에서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어서 석탄의 주재료의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다양한 속새식물들이 왕성하게 번성하다가 지금은 불과 몇 종만이 남아 있으며, 그들은 대부분 커봐야 수십 ㎝ 정도에 불과해 다른 종들에 비해서는 작은 축에 속하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화석"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식물들의 분포를 보면 전체적으로 비열대성으로 북반구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남극 대륙,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여러 섬을 제외하면 거의 전 지구적으로 알려져 있다. 북아메리카에 9종, 적도에서 남쪽으로는 4종만이 알려져 있다.

다년생 초본식물로서 온대의 종들 대부분은 겨울에 마르고, 열대지역에 자라는 종들은 대부분 상록성이다. 속새, 개속새, 난쟁이속새, 무늬속새 등은 온대성 종으로 0.2-1.5m 정도 자란다. 그러나 "자이언트속새"에 속하는 종들 예를 들면, 북부자이언트속새는 2.5m, 남부자언트속새는 5m, 심지어 멕시코자아언트속새는 8m에 달하는 그야말로 나무처럼 자라기도 한다.

백두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북부지방에도 분포하는 물속새라고 하는 종은 지하줄기가 물속에 자라고 싹은 공기 중에 자라는 수생식물이다. 이 식물은 지하줄기가 워낙 깊은 곳에 자라기 때문에 파기가 힘들 정도다. 쇠뜨기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종이다. 그다지 흔한 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도 있다. 이 종은 파낸 뿌리줄기에서도 곧잘 새 줄기가 자라고, 종자식물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제초제로는 죽지 않는다. 이렇게 지독한 잡초로써의 양치식물은 아마도 이 식물이 유일할 것이다. 

이렇게 생존력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제주도에서는 개속새가 심지어 동굴 속까지 파고들었다. 

이 종들을 식용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부 종의 이삭 잎을 아스파라거스처럼 요리해 먹는다거나 태평양 북서부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어린 새싹을 날 것으로 먹기도 한다.

그러나 말이나 기타 가축들이 이 식물을 장기간 먹을 경우 독성을 나타내는데 티아민(비타민 B1)을 대사시켜 잠재적으로 티아민 결핍을 일으키고 간 손상을 일으키는 티아미나제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뇨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구강섭취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미흡해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유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특이한 점이 참 많다. 속새라고 하는 종은 줄기가 연마성 규산염으로 코팅돼 있어 냄비 또는 술잔과 같은 금속 제품 특히 주석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정련하는데 좋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삶은 다음 건조해 목공예의 최종 연마 공정에 사용하는데 사포보다 매끄럽게 마감 처리할 수 있어서다. 

경이로운 동굴 속의 개속새

유네스코는 1972년 채택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문화와 자연이 특별히 뛰어난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현재 167개국 1092건(문화유산 845점, 자연유산 209점, 복합유산 38점)이 등재돼 있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은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명칭으로 2007년 등재됐으며, 등재지역은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이다. 등재준비 중 결정적으로 자신을 갖게 된 계기는 용천동굴의 발견일 것이다. 그 내부에 형성된 용암석순을 비롯한 동굴의 2차생성물은 지구의 진화단계를 보여주고, 용암동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

세계유산등재 이후 관련연구들이 뒤따랐다. 종유석에 얽힌 기후변화라든지, 한라산의 식물 종의 가치발굴과 같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동굴내부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석순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같은 것들이다. 그나마 최근 개인적 연구결과들이 언론을 통해 조금씩 발표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이 아름다운 석순들이 동굴 속으로 생장한 식물에 의해 시작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아직까지 이 종의 실체가 분명하게 밝혀진 건 개속새가 유일하다. 개속새는 수 억 년 전 분화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견디어 온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하필 이 식물이 제주도 용암동굴 위에 자라면서 동굴 속으로 파고들어 지질학적 메커니즘과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동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용암동굴 속의 생물상 연구는 이래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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