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정치부 차장

중국의 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천 길이나 되는 높은 제방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파 놓은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으로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높은 건물도 굴뚝 틈새로 새어나온 작은 불티로 타버릴 수 있다. 
 
그래서 백규(전국시대 위나나 대신)는 제방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구멍을 막았고, 노인은 불조심해 굴뚝의 틈새를 막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백규'가 있었을 때에는 수재가 없었고, 굴뚝 틈새를 때우는 노인이 있었을 때에는 화재가 없었다. 
 
이런 얘기들은 모두 쉬운 일부터 신중히 해 어려움을 피하고 미미한 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여 큰일을 피한 사례다. 이처럼 '하찮은 일이라고 우습게보면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가 바로 '제궤의혈'이다.
 
1930년대 미국 보험회사의 관리 감독자였던 하인리히는 5000여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1:29:300'이라는 통계적 규칙성을 발견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같은 요인으로 유사한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경미한 사고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증상들이 300건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바로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발표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이 2개의 법칙 모두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면 이후에 닥칠 수 있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지만 반대로 방치한다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민선 7기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제주사회에 곳고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영리병원 개원 허가, 제2공항 건설 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관광?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도 사실 수년전부터 예측됐지만, 그간의 호황 탓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경고들을 방치한다면서 제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다. 이는 사회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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