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민정 수습기자

11월 조기출하까지 상품 관리 취약…재배지 북상에 경쟁 치열
외부 변수 대응방안 부재, 소비자 중심 철저한 수급 관리 절실 

'제주 한라봉'이 위기에 봉착했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경기둔화로 소비가 줄어든데다 타 지역산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지리적표시제'이점까지 무력화 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 시장 경쟁·소비 둔화 악재 산재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한라봉 3㎏ 박스당 평균 출하가격은 9753원에 그쳤다. 설 대목 이후인 6~8일 3일간 내리 8800원으로 약세를 보였던 영향이 컸다고는 예년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라봉 가격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1만3000원대 강세를 보이다 급락했었다. 

올해 한라봉 가격 악세는 외부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과일 소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도매시장 등에서는 겨울 과일류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지목했다.

겨울딸기 가격이 평년 대비 25% 이상 하락하면서 이미 노지감귤 가격부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온난화 영향 등으로 한라봉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경남 거제·고성·의령과 전북 완주 등에서 물량이 쏟아지며 '제주산'변별력이 낮아진 영향도 컸다.

재배 초기 지역 내 소비에 의존했던 전북·경남산 한라봉은 올해 설 대목 도매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거제의 연간 한라봉 생산량은 170t 수준이지만 도입 초기부터 철저한 품질 관리에 주력하며 제주산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 특화 전략 실종…불안 고조

제주도는 특산품으로 한라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리적표시제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 2015년 '제주 한라봉'이 지리적 표시 제100번호로 등록되는 등 품질과 지적재산권을 통한 보호가 가능해졌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그 효력이 유야무야해졌다. 경기도 평택에서도 한라봉을 재배하고 충북 충주에서 재배하는 한라봉은 '탄금향'이란 이름으로 팔린다.

현재 제주 한라봉 가격 약세는 만감류 생산 증가보다는 설 대목과 오렌지 수입 등 변수에 초보적 대응을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처리난 등을 우려해 이미 11월부터 한라봉을 출하하면서 노지감귤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12월만 2013년 출하량(893t)의 갑절이 넘는 1974t이 출하됐다. 1월도 8035t이 도매시장으로 올라갔다. 지난해는 4657t 수준이었다. 비교적 가격이 좋았던 2016년 1월 7830t이 출하됐을 뿐 평균 5000t 내외였던 것과도 차이가 났다.

1월을 기준으로 2015년산 평균 1만3299원이던 가격은 2016년산 1만3498원으로 소폭 올랐을 뿐 2017년산은 1만1354원으로 떨어졌다. 2018년산도 1만1536원으로 현상유지에 그쳤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시장이나 소비자는 냉정하게 상품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출하 초기부터 철저하게 상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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