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제주도민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지난해 선종한 고 맥그린치 신부.

맥그린치 신부는 축산업 등으로 도민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병원, 양로원 설립 등 복지 향상을 위해 힘썼다.

특히 무료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해 도민들이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가난한 병자들이 사회적 무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비참한 임종을 겪게 되는 것을 일종의 차별로 여겼다.

'먹고 사는' 문제 만큼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의 임종문화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한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 연구보고서(2018년 9월 만 40세 이상~79세 이하 남녀 1500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은 치료 효과없이 목숨만 유지하는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74.5%는 연명치료를 포함해 죽음과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자신이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이미 작성했거나 앞으로 작성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47.1%로 높게 나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해 가족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스스로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35.7%), 자주 접촉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23.5%), 신체 통증 감소를 위한 관리(21.0%) 등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본격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으로 지난달말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000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고 좀 더 품위있는 죽음을 맞기를 바란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존엄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뜻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혹자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삶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웰빙의 마지막은 웰다잉인 것이다. 웰다잉도 개인과 가족만의 일이 아닌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인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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