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제주항일사업 과제 (상)]

사진은 조천만세동산 일출(자료사진).

포상기준 완화 불구 독립운동가 500여명중 179명 인정
제주출신 김백능·고연홍·박재하·김진현 대통령표창 추서
강평국·이경선 외 조천만세·해녀항일·의병항쟁 서훈 부진

기미년(1919년) 일제에 맞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인 3·1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제주에서도 3·1운동을 전후로 제주의병항쟁(1909), 법정사항일운동(1918), 조천만세운동(1919), 해녀항일운동(1920) 등 목숨을 내건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정부는 독립운동 사료에 대한 국가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주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는 미진하다. 제주항일운동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 지원, 독립운동가 추가조사 등 과제를 짚어본다.

△재평가 속도 더뎌

정부는 지난해 6월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 개선방안이 담긴 '제4차 국가보훈발전기본계획(2018~2022년)'을 내놓았다. 

여성·학생·의병에 관한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완화해 '수형(옥고) 3개월 이상'이라는 기준 조항을 없애고 '독립운동 사실이 확인된 경우' 포상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당시 사회 구조상 관련 기록이 많지 않은 여성은 일기, 회고록, 수기 등 직·간접 자료에 있는 독립운동 활동내용도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포상에 소극적이었던 광복 후 사회주의 활동가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지 않은 경우 포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의 독립유공자 포상 기준 완화로 제주출신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기대되고 있지만 재평가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제주도보훈청과 광복회제주도지부에 따르면 수형인명부, 판결문, 공적 자료 등을 토대로 제주출신 독립운동가는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제주에서 항일운동으로 정부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지난해 말 현재 건국훈장 애국장 25명, 건국훈장 애족장 88명, 건국포장 27명, 대통령표창 39명 등 179명(외국인 신부 등 타지역 출신 12명)에 그치고 있다.

△비운의 독립운동가들

국가보훈처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내·외 항일운동 등을 통해 조국독립에 기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333명을 발굴,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 표창을 추서한다고 26일 밝혔다.

제주 출신으로는 조천만세운동, 광주 3·1운동, 서울 항일학생운동에 참여한 김백능·고연홍·박재하·김진현 독립운동가 4명의 서훈이 확정(본보 1월 21일자 1면), 내달 1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 독립운동가 외 일제에 맞서 항일운동을 펼쳤지만 유족이 없거나 광복 이후 행적 불분명 등의 이유로 100년이 지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비운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보훈당국의 공적 발굴과 적극적인 포상 신청이 시급하다.

대표적 사례로 제주 첫 여성 교사이자 최정숙·고수선 선생과 함께 항일운동을 한 강평국 독립운동가와 서울에서 항일 독서회를 창설해 일제에 저항한 이경선 독립운동가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훈 추서가 기대됐지만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19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조천만세운동을 주도한 23명 가운데 김동인·김시희·김용찬·김장환·김종호·한석화 독립운동가 6명은 지금까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끈 5명의 해녀 중 김계석·고차동 해녀도 항일운동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어 서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의병항쟁 창의자 10명 중에서도 고사훈·김만석·김석윤·김재돌·김재형 5명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을 뿐이다.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은 "현 정부들어 포상범위가 확대되긴 했지만 여전히 독립운동 공적을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후손들도 고령에 접어들고 있어 독립운동가들의 명예회복에 보훈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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