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작.

망자의 울음소리이자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대신해 우는 바람의 소리를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까?

㈔탐라미술인협회(회장 양미경)는 4·3 71주년을 맞이하는 다음달 3일부터 예술공간 이아에서 '2019 4·3미술제 경야'를 연다.

'경야'는 밤새움을 뜻한다. 늘 깨어있음이며, 망자 곁에서 벗들이 함께 밤을 새워 지키는 일을 뜻한다. 4·3으로 먼저 떠난 망자 곁에서 함께 밤새워 지키는 벗들은 설움을 당하고 참아낸 삶의 시간을 꾸려나간 항적일 것이다.

2019 4·3미술제 경야는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보려고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을 견디며 여기에서 불어오고 저기로 가는 바람의 소리는 모두 망자의 울음소리를 대신 내는 것이며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대신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이와 같은 질문을 하며 예술작품으로 창조했다.

예술가의 예술 활동은 옳다고 믿는 것으로부터 과감하게 시선을 돌리기도 하고 새로움을 위한 깊이 있는 응시가 필요하다.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훼방꾼이 돼야 하고, 시대의 질서, 도덕, 윤리, 가치관을 다시 보기도 한다. 다시 보고, 다시 본 거을 또 다시 보는 예술가의 응시는 지속할 수 있는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늘 깨어있음이며 곧바로 이어지는 창작을 위한 수태이기도 한다.

이세현 작.

1994년 4·3미술제 '닫힌 가슴을 열며'를 시작으로 26년 째 이어오고 있는 미술제는 다시 보는 날카로운 응시로 4·3미술제를 이어온 탐라미술인협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25년간 4·3미술제에 불었던 '맑은 바람', 쇄신의 바람을 탐라미술인협회 작가 및 초대작가들과 함께 가슴깊이 느끼며 작품과 시대에 대한 넓은 사유의 폭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미술제는 초대작가 32명, 탐라미술인협회 회원 참여작가 21명 등 53명의 작가가 한 작품씩 출품해 참여한 이번 전시는 4월 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30일까지 개최된다. 문의=예술공간 이아(064-800-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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