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한의학 자문의원

한의학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도 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검고 쓰며 특유의 냄새로 미각과 후각에 각인되는 한약과 뾰족한 침에 대한 촉각이 아닐까 한다.

그 중 내원한 분들에게 우선 선택되는 치료법인 침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침의 원리는 한마디로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게 되면 아프지 않다(不通卽痛 通卽不痛)라고 하겠다.

경혈(經穴)을 자극해 經絡 경락(經絡)을 소통시키면 기혈(氣血)이 소통되면서 인체 스스로 치유력을 회복한다는 의미다.

기능적 MRI(fMRI)를 확인했을 때, 침치료만으로도 뇌의 기질적, 구조적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치료 3개월 이후에도 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아픈 부위의 혈위(穴位)에 놓는 근위침법도 있지만, 왼쪽이 아플 때 오른쪽에 침을 놓는 원위침법도 있다.

아픈 부위에 안 놓고 엉뚱한 곳에 놓는다고 오해를 받지만 병의 원인이 장부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진단될 경우엔 원위침법이 효과적이다.

그 밖에 전기자극을 이용한 전침, 뜸의 온열작용을 겸한 온침도 있다. 정제된 봉독이나 한약을 주입하는 봉침과 약침은 기존의 침치료 효과에 한약의 효과까지 더해져서 기질적인 손상에도 쓸 수 있는, 기존 침 치료의 폭을 확장한 침법이다.

침치료에도 한계는 있다. 심한 구조적 변형과 기질적 손상은 침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개 이런 경우 몸이 허(虛)한 것이 근본 원인일 경우가 많은데 침보다 보(補)하는 한약이 우선이며 이런 경우엔 섭생과 운동에 대한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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