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촌리 사건 당시 참모회의를 목격한 김병석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부현일 기자>
제주 4·3 당시 300여명의 주민이 희생당한 북촌리 사건의 학살명령은 군인들에게 ‘적’ 사살 경험을 주기 위해 내려졌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당시 제주도경찰국 차량계 소속으로 대대장 차량 운전원으로 차출돼 현장에서 참모회의를 목격한 김병석씨(73·조천읍·당시 18세)는 31일 “한 장교가 군인들 태반이 적을 사살해본 경험이 없는 군인들이다. 각 분대별로 주민들을 끌고가 처형하자”고 의견을 내놓은 이후 집단 학살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당시 사건 현장인 북촌초등학교를 찾은 김씨는 “참모회의는 임시 대대장 차량이었던 앰뷸런스 안에서 이뤄졌다”며 “운전석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참모회의에서는 국민학교 주위에 도열시켜 놓고 주민들을 사살하자는 의견과 박격포 등 중화기를 이용해 사살하자는 의견이 논의됐었다”며 “총살이 진행될 당시 혼이 나가있었다. 주민들 가운데 동창이나 인척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중에서야 들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네 번째 열까지 총살이 진행됐을 때쯤 대대장이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증언했다.

1949년 1월17일 일어난 북촌리 사건은 군인들에 의해 300여명의 무고한 주민이 한꺼번에 몰살당한 제주 4·3 당시 대표적 양민학살 사례다.

이날 김씨의 증언은 제주 4·3 희생자 심사소위원회의 제주 4·3 현장 방문 과정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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