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 응급구조과·관광영어과·논설위원

올해도 우리 대학 캠퍼스에 입학생 새내기들을 맞았다. 설레임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난 30여년 동안 필자는 통번역사, 외신기자, 대학강사, 통역가이드, 국제기구, 기업체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영어를 사용해서 일했지만, 요즘처럼 '재미있게' 영어를 즐기고 있는 때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학생들에게 그동안 6년 동안 힘겹게 닦아온 수능영어의 문법의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빌 게이트가 연설에서 수십 개 국가의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능력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일위를 차지한 중국에 이어 한국이 2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들에게 어느 정도 감사해야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학에서의 영어 배우기는 중고등학교와 어떻게 달라야 할까? 그 단서는 뇌와 언어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언어 배우기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언어를 배우면 뇌는 젊고, 활기차고 건강해진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외국어를 배우면 치매 시기를 적어도 5년은 연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초등학생의 뇌를 영상공명이미지(MRI)로 촬영해 보면 좌뇌와 우뇌의 신경망이 서로 긴밀하고 연결된다.  

번역기의 등장 또한 대학 영어 수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번 학기 필자가 강의하는 통역연습 수업에서 한국어 문장을 교과서가 번역한 영어와 번역기가 번역한 영어를 서로 비교하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수정해 보면서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로 표현하는 '과정 중심'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대학에서 영어는 강의를 듣는 '공부'가 아니라 영어를 수단으로 다양한 주제의 지식을 스스로 찾아내며 즐기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영어 놀이에 흠뻑 빠져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릉 (royal tomb)'을 보면, '융릉과 건릉'이 생각나서, 사도세자와 정조 이야기를 찾아보고, 또 이집트 피라미드가 생각나서 유튜브로 검색한다. 이는 다시 인류 역사 최대토목공사라는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가고 또한 7대 세계 미스터리인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까지 보려고 스마트폰을 쥔 손끝이 바빠진다. 피라미드가 환생을 믿었다니 다시 유튜브는 다시 에든 알렉산더라는 '천국에 다녀왔다'는 하버드 대학의 뇌과학자 이야기로 나를 데리고 간다.

필자가 90년대 통역대학원 시절 재미있게 보던 'Friends Series'가 요즘 다시 부활했다.  미드를 보며 New Yorker 젊은이들의 삶과 유머와 표준 영어를 익힐 수 있다. TED 로 최근 '포커 챔피언이 말하는 의사결정을 위한 요령'과 같은 강연을 듣는다. 노래를 좋아하면 비틀즈의 Yesterday나 존 덴버의 Today 등과 같이 시적인 영어 가사를 익히며 노래를 할 수 있다. 요즘 글로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뉴스 스캐너(News Scanner)같은 사이트에 가면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등 세계 뉴스를 손안에 담고 볼수 있다. 

영어는 이제 재미있게 익히는 세상이 되었다. 영어는 우리가 글로벌 세계로 나가기 위한 통로가 된다고 학생에게 말하고 싶다. 모르는 단어 하나에 얽메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차근 차근 반복해라. 언젠가 우리 학생들이 영어를 도구로 삼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삶의 현장으로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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