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도령마루서 해원상생굿 열려

'혜원상생굿'6일 도령마루서 열려. 위령 방사탑도 세워

공항에서 신제주로 가는 길,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도령마루, 횡단보도도 변변치 않아 차량들만 오가 '섬 안의 섬'이 됐다. 이곳에 한 제과기업에서 세운 해태상으로 인해 '해태동산'으로 불리던 도령마루에서 지난 6일 ㈔제주민예총(이사장 강정효)이 주관한 해원상생굿이 열렸다.

4·3당시에도 사람이 살진 않았지만 노형, 화북 등 14개 마을 주민들이 끌려와 이곳에서 희생됐다.

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한 해원상생굿 시왕맞이초감제는 숲이 무성한 학살터에서 원혼을 모셔와 바로 옆 공터에서 진행했다.

'산오락회'가 '한라산의눈물-도령마루'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종희 기자

노래와 춤으로 원혼들을 위로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산오락회'는 이종형 시인의 시로 작사한 '한라산의 눈물-도령마루'를 불렀다. 이종형 시인도 함께해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 그들을 기억했다.

춤꾼 박연술이 살풀이를 하며 원혼들을 달래고 있다. 우종희 기자

박연술의 '진혼무'가 있은 후 도령마루 학살을 주제로 한 소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선생은 강덕환 시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의 장소에서 열리는 진혼굿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지만 "도령마루가 해태동산으로 불리며 희생자들의 흔적까지 잊혀가는 세월을 지내왔다. 이제는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강덕환 시인, 고희범 제주시장,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종희 기자

행사에 함께했던 고희범 제주시장은 "해태동산은 지명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그냥 불려온 명칭이다"며 "해태상을 옮겨 '도령마루'라는 이름을 다시 찾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후 이곳이 학살터였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방사탑도 세워졌다. 방사탑 앞에는 문규현 신부가 서각한 '학살의 기억은 묻히고 이름마저 빼앗긴 도령마루'란 안내판이 놓였다.

강정효 이사장은 "도령마루 일대가 서부근린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공원에 작은 추모공간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우종희 기자

도령마루 인근에 방사탑과 표지판이 새워졌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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