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지난 2005년 발생한 강원도 양양 산불. 식목일 하루 전날인 4월 4일 밤 11시50분께 강현면 일대 야산에서 시작된 이 산불은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 초속 10~20m, 순간 최대풍속 초속 32m 강풍이 불었고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야간이라 헬기 투입이 쉽지 않았고 강풍 때문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4일 밤 시작된 산불은 6일까지 이어졌고 900㏊가 넘는 산림을 불태웠다.

식목일의 악몽일까. 지난 4일 저녁 고성군 미시령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의 개폐기에 전기불꽃이 일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밤사이 강풍을 타고 동해안 방향으로 번져 속초 시내와 강릉 옥계, 동해 망상까지 덮쳤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강원지역 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은 고성·속초 250㏊, 강릉 옥계·망상 250㏊, 인제 30㏊ 등 530㏊로 축구장 면적(7140㎡)의 742배에 달한다.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택 400여채가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학교가 휴교하고 주민과 관광객 수천명이 대피했으며 재난 사태가 선포된 지역도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일원 등 광범위하다.

한반도의 봄철은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에 취약하다. 실제 산불 5건 중 1건은 4월에 발생한다고 한다. 1996년 3762㏊를 태운 고성 산불과 2000년 고성·삼척·동해·강릉·울진 등의 2만3794㏊를 태운 사상 최대 동해안 산불도 4월에 발생했다.

2017년에는 5월에 삼척과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있었다. 이번 산불에서 불을 키운 건 '양간지풍'이었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의 양간지풍은 봄철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는 '남고북저'형 기압배치에서 발생한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영동지방에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양간지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발생하는 '푄 현상'도 불씨를 키운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푄 현상은 바람이 산을 타고 넘어 내려갈 때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영동지방에서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분다. 또 봄철 성묘·상춘객 증가도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반복되는 산불은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낳는다. 무엇보다 애써 가꾼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상시 산불 예방활동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 작은 불씨 하나도 꼼꼼히 살피는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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