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논설위원·경남대 교수·한국교육학회장

새 학년도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새 학년도가 될 때마다 학교는 어떤 성격의 기관인가를 생각한다. 학교가 자녀들의 성장에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도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학교 교육에 대한 초·중·고 학부모의 평가결과는 '잘하고 있다' 9.5%, '보통이다' 51.6%, '잘 못하고 있다' 39.0%로 나타났다. 그리고 5점 만점에 초등학교 3.01점, 중학교 2.76점, 고등학교 2.44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평가가 부정적인 경향을 보여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학교가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면서 학교행정가,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학교는 공동체로서의 특성을 가진 사회적 제도이자 조직이다.

학교는 돌봄의 공동체이다. 학교구성원들이 이타적인 사랑에 의하여 동기가 부여되고 타인에게 전적으로 헌신할 때 학교는 돌봄의 공동체가 된다. 학교는 학습공동체이다. 학교는 학교구성원들이 학생들이 사고하고 성장하고 탐구하는 것을 돕기 위해 헌신할 때 학습공동체가 된다. 학교는 전문공동체이다. 학교는 교원들이 전문성의 지속적 개발과 이상적인 전문적 덕성에 헌신할 때 전문공동체가 된다. 학교는 민주적 공동체이다. 민주적 공동체로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동의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학교에서 이러한 공동체로서 성격이 살아나야만 학교 교육의 성과가 높아지고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학교의 공동체성 회복은 학교구성원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모이게 하고 낭비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구성원들은 서로를 인정하며 이해하고, 존중하며 신뢰하고 협력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가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관건은 연대의식의 형성과 상호인정, 열린 소통에 달려있다. 학교구성원들은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라는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학교구성원들의 연대의식은 학교 교육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학교가 지속 가능한 기관으로 유지되는 심리적 기반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대의식은 학교구성원 각자가 소외됨이 없이 학교가 필요로 하고 인정하는 일원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때 형성된다.

학교구성원들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인정해줘야 한다. 인정이란 학교구성원들이 서로를 독립된 인격의 구심점으로 여기고, 학교 교육의 과정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지위와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다. 인정은 학교구성원들이 학교장·학생·교사·학부모 등 상대방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배려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학교구성원들이 상대방에게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표명하고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구성원들은 서로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

열린 소통은 학교구성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주장할 수 있는 주체임을 서로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이 제안하는 교육적 아이디어와 의견에 대한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다. 열린 의사소통은 학교구성원 간 인정으로 촉진되고, 연대의식을 형성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요컨대, 학교구성원들이 상호 인정하며 열린 소통을 할 때 연대의식을 강화해 학교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 공동체성이 충만한 학교는 높은 교육 성과를 낳으며,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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