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제주특별자치도 여성 가족청소년과

제주는 돌과 바람, 그리고 여성의 섬이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로 본 제주의 남성비율이 50%를 웃돌기는 했으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바라보는 제주는 여전히 여성의 섬이다.

오늘날 제주의 정체성을 관통하고 상징하는 설문대할망, 김만덕, 제주해녀를 봐도 그렇다. 제주연구원 문순덕 박사가 펴낸 '역사 속에 각인된 제주여성들'은 제주열녀들의 삶을 조명했다.

열녀로는 제주 최초의 열녀로 알려진 '한남리 열녀 정씨 이야기'의 주인공부터 김천덕, 국지 등과 의인 김만덕과 홍윤애 등 사료에만 백여 명이 등장한다.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그래도 제주여성들의 흔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권익을 위해 앞장섰던 최정숙·강평국·고수선 선생은 20세기 제주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다. 제주 최초 교육감으로 헌신한 최정숙 선생은 여성문맹 퇴치와 계몽운동에 앞장섰고, 강평국 선생은 항일운동과 제주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싸우다 요절했다. 한국인 여의사 1호라는 수식어을 갖고 있는 고수선 선생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와 교육자로 활동하며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고, 광복 후에는 의료인, 여성권익신장을 위한 선각자의 삶을 살았다.

그 고수선 선생이 1980년 제정된 '김만덕 봉사상' 1회 수상자다. 그만큼 김만덕상은 김만덕 정신은 물론이고,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를 남긴 제주여성들의 뜨거운 삶이 더해져 더욱 값진 뜻을 담고 있는 상이다. '살아 있는 봉사의 전설'을 찾는 김만덕상이 올해로 40회를 맞이한다. 2006년부터 김만덕상은 순수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봉사부문과 경제활동수익을 이웃사회에 환원하는 경제인부문으로 확대하여 국내외 거주 여성을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도는 김만덕 나눔 정신과 김만덕상을 제대로 선양하기 위해 탐라문화제와 분리하여 2017년부터 10월 넷째주를 김만덕주간으로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후보자에 대한 현지실사를 도입하여 면접과 공적확인의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40회라는 뜻 깊은 역사를 맞이하는 김만덕상 공모에 숨은 봉사자들이 많이 추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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