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선임기자

전 세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최상위 법률로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은 1789년 절대 왕정을 타도해 자유와 평등 이념을 전파한 프랑스 인권선언의 '소유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랑스 인권선언 17조는 소유권은 신성불가침한 권리이기에 법률로 공공의 필요성이 명백히 인정되고, 동시에 정당한 보상이 지불되지 않으면 박탈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3조에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하더라도 정당한 보상 지급을 규정하는 등 프랑스 인권선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유권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천부인권임을 최상위 법률로 규정했지만 원희룡 제주도정은 헌법을 무시하고 역행하고 있다. 원 도정이 지난해부터 곶자왈 용역을 진행하면서 구좌·조천·한림·한경·대정·안덕·애월·성산지역 사유지 29㎢(870만평)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새롭게 설정한 결과 재산권 침해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원 도정은 특히 피해를 입을 주민들에게 용역내용을 알리지 않는 '밀실행정'으로 곶자왈 보호지역 확대를 추진, 갑질행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신규 곶자왈 보호지역 40.7㎢ 중 사유지가 71.4%로 국공유지보다 많지만 주민은 안중에도 없이 제주특별법 개정의 입법화만 고집하는 실정이다. 헌법이 규정한 것처럼 사유재산권 제한을 위해서는 피해를 입을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함에도 원 도정은 제주특별법 개정과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후 주민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폐쇄적 의사결정 시스템'만 강행, 도민사회의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 

게다가 충분하고 정당한 보상책 없이 사유지를 권리행사가 불가능한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묶은 결과 1조원에 달할 주민들의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도 초래하고 있다. 용역팀이 곶자왈 보호지역내 공동목장 등 사유지 29㎢ 보상비로 4100억여원을 제시한 가운데 담당부서는 지가 상승 등을 고려, 1조원대로 추정함에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산림청 국비 445억원을 들여 매입중인 곶자왈내 사유지 면적만 해도 전체 9.5㎢(285만평)의 48.6%인 4.62㎢(138만6000평)에 불과, 주민들만 희생을 강요당할 것으로 보인다. 원 도정의 곶자왈 보호지역 신규 지정으로 사유재산권 침해 면적이 29㎢(870만평) 더 늘어나면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질 것은 불문가지다.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책 없이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원 도정의 재산권 침해가 도를 넘자 '민심 이반'도 나타나고 있다. 상위법상 근거가 없는 '곶자왈 보호지역' 명분을 앞세워 토지소유자가 요청한 사유재산권 활용을 불허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자 주민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대정읍 영락리 주민들은 소득사업 일환으로 마을 소유 토지에 태양광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서귀포시의 불허로 소유권이 침해를 받자 최근 도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영락리 주민들은 원 도정이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을 철회하지 않거나 편입 토지에 상응한 대체 토지 제공 등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구좌·안덕·한경·조천읍 등 다른 읍·면지역의 마을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원 도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주민들의 싸늘한 시선은 곶자왈 면적을 확대하는 보호지역 용역이 철회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음을 경계한 것이다.

옛부터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 지사 역시 백성이 군주를 옹립하거나 퇴위시킬 수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의 뜻을 늘 되새겨야 한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반성과 호소로 지지를 받았지만 초심을 잊은 채 오만과 독선에 빠져 민의를 외면하면 주민들의 소환을 받아 임기 도중이라도 물러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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